우리는 진정 산을 사랑하고 있는가?
돈과 명예를 위하여 산을 오르는가?

[<사람과 산> 이용호 네팔(카트만두)주재기자] 2026년 봄,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는 또다시 인간의 욕망과 기록 경쟁의 무대가 되었다.
지난 5월 19일 하루에만 약 270명이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며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는 소식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네팔 정부가 이번 봄 시즌 발급한 외국인 등반 허가 역시 약 492건에 달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금까지 금년 봄 시즌 정상 등정자는 356명(5월19일 현재) 최고의 기록이다
이를 네팔 경제 표면적으로 보면 매우 반가운 일이다. 에베레스트 등반 허가비와 원정 관광 산업은 네팔 경제의 중요한 수입원이다. 실제로 올해 봄 시즌에만 에베레스트 등반 관련 허가 수입이 720만 달러를 넘어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히말라야를 오래 바라본 이들은 지금 깊은 우려를 감추지 못한다.
“세계 최고봉”이라는 숭고한 상징이 점점 거대한 상업 상품으로 변질되고 있기 때문이다.
알피니즘(alpinism)은 인간이 자연 앞에서 겸손함을 배우고, 최소한의 장비와 자신의 능력만으로 산에 오르는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려면 자연과 순응해야 한다는 자연 사랑의 정신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에베레스트는 거대한 상업 시스템 속에서 운영된다.
고액의 비용만 지불하면 산소통, 고정 로프, 셰르파 지원, 헬기 수송까지 제공되는 패키지 원정이 일반화되었다.
일부 원정대는 수만 달러만 있으면 고소 등반 경험이 부족한 일반 등산객도 정상 도전에 나설 수 있다고 홍보한다.
돈으로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일반인의 버킷 리스트가 현실이 된 것이다.
그 결과, 정상 부근에는 긴 정체 행렬이 병목 현상을 만들고 있다.
해발 8,000m 이상의 산소가 희박한 지대에서 몇 시간씩 줄을 서는 장면은 이제 낯설지 않다. 인간 한계의 도전이어야 할 세계 최고봉 등반이 마치 놀이공원의 인기 시설물처럼 변해가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자연 훼손이다.
해마다 에베레스트에는 폐산소통, 텐트, 플라스틱 쓰레기, 인분까지 쌓이고 있다. 기후변화로 빙하가 녹으며 오래 전 얼음 속에 묻혀 있던 쓰레기와 시신까지 드러나고 있다.
에베레스트는 더 이상 순수한 설산이 아니라 인간 문명의 흔적이 뒤덮인 거대한 쓰레기 야영지로 변하고 있다.
이는 네팔 히말라야 전역이 대부분 동일한 현상이다.
물론 네팔 정부의 입장도 이해할 수 있다. 등반 관광 산업은 수많은 셰르파 가족과 지역 주민들의 생계를 책임진다. 에베레스트를 포함한 네팔 히말라야는 네팔 경제를 지탱하는 중요한 자산이다.
실제로 수천 명의 셰르파와 현지 노동자들이 원정 시즌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무분별한 허가 정책은 결국 히말라야 자체를 병들게 만들 수 있다. 현지 주민들의 당장의풍요를 위하는 것은 결국 지속가능한 미래를 단축시키는 것과 같을수 이있다.
최근 네팔 정부가 에베레스트에 오르기 전 7,000m급 봉우리 등반 경험 의무화와 환경 규제 강화를 검토하는 것도 이런 비판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이제 국제 산악계와 네팔 정부는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지금의 무분별한 훼손의 히말라야 소멸의 지경에서 순수 본연의 자연으로 돌아 가지는 못하더라도 현 상태를 유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대책을 몇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첫째, 등반 허가 인원을 제한해야 한다.
에베레스트는 무한정 입산객을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안전과 환경을 위해 한 시즌 등반 인원, 하루 정상 등반 인원을 과감히 제한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인원에서 더욱 축소해야 한다.
둘째, 등반 자격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최소한의 고산 경험도 없이도 돈만 주면 포터와 셀파 가이드 들이 정상까지 고정 로프에 묶어서 산소통을 입에 물려서 올려다 준다. 이렇게 오르는 시스템은 위험할 뿐 아니라 최소한의 알피니즘(산악주의) 정신에도 어긋난다.
셋째, 환경 복원 비용을 대폭 늘려야 한다.
등반 허가비 일부를 의무적으로 환경 정화와 빙하 보호 사업에 투입하고, 쓰레기 반출 규정을 더욱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 특히 프라스틱.비닐과 1회용 제품 사용을 더욱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넷째, 히말라야를 단순 관광지가 아니라 인류 공동의 자연유산으로 바라봐야 한다.
히말라야는 네팔만의 산이 아니라 지구 생태계의 중요한 축이며 아시아 수억 인구의 물공급과 농수산물 생산의 근원이다.
다섯째, 교육이 필요하다.
체계적이지 못하고 세습적인 등반교육으로 오로지 ‘정상 오르기(정복)만을 배운 안내인(가이드)들 특히 등반의 최전선에서 땀 흘리는 셰르파들의 자연환경 및 기본 등반교육과 안전교육, 타인에 대한 매너와 공공도덕교육을 철저히 해야 한다.
여섯째, 경쟁 인증문화를 배제해야 한다.
정상 타이틀 인증 과시를 영리적 이익 수단으로 이용하기 위하여 영웅 행세하는 사람이 비판 받는 문화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사람이 요즘 자선사업가 행세 하는 한국의 ㅇ씨이다. 타이틀과 인증은 결국 경쟁과 욕망, 속임수를 유발한다.
비판과 견제를 통한 자정능력으로 도덕성을 유지하여 순수한 산악정신을 지향할 필요가 있다.
에베레스트 정상에 서는 순간은 개개인의 인간에게 위대한 성취일 수 있다. 그러나 산은 인간의 정복대상, 타이틀을 위한 인증대상이 아니다. 자연은 끝내 인간보다 오래 살아남는다. 그러므로 인간은 산에 순응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목숨을 부지 할수 있다.
오늘날 히말라야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우리는 진정 산을 사랑하고 있는가?
돈과 명예를 위하여 산을 오르는가?
아니면 돈으로 소비하고 있는가?
이용호 네팔(카트만두)주재기자는 1982년 윤대표 장봉완 허정식 등과 같이 '한국알파인가이드협회'를 창립했으며, 네팔 히말라야 틸리초피크(7,134m), 샤르체봉(7,450 m) 원정대장으로 활동했다. 그 후 미국으로 이주해 영주하면서 네팔에 사회구호봉사와 목회사역을 하고 있다.

2026.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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