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갓난아이의 유전자 속에는 수백만 년 동안 만들어진 걷기에 대한 학습 내용이 저장되어 있다. 아이는 엄마 뱃속에서 나와 바로 걸을 수 없다. 유전자에 내재된 걷기 프로그램이 근육과 연결되기 까지 일정 기간 동안 적절한 훈련이 필요하다. 아이는 수없이 넘어지고,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경험하면서 결국은 두 발 직립보행에 성공한다. 진화적 관점에서 볼 때, 네발에서 두 발로 걸으려면 유전자 변이가 일어나야 하고, 엉덩이 전체 근육이 그것에 맞게 변해야 한다. 인간의 두 발 걷기란, 캥거루처럼 단순하게 두 발이 동시에 나아가며 깡충깡충 뛰는 것이 아니라, 한 발이 나가고 뒷 발이 따라 나가는 지속적인 동작이 가능한 걷기의 형태다.
한 발이 나갈 때,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한 발로 지탱하며 몸의 균형을 잡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고, 앞으로 쓰러지는 몸의 균형을 잡은 뒤, 앞으로 나간 다리로 바닥을 밟은 후 뒷다리를 재빠르게 들어 또 앞으로 내밀어야 한다. 이는 네발로 걷는 행위보다 매우 복잡하고 정교한 균형감각이 필요한 움직임이며, 다른 동작으로의 변형 즉, 돌아서기, 굽히기, 점프하기, 차기 등의 연결이 가능한 효율 적인 움직임이다.
이러한 두 발 직립보행은, 두 발의 뼈와 근육의 조직을 더욱 섬세하게 진화시켰으며, 이러한 다양한 움직임이 가능하도록 몸 전체의 관절과 근육의 구조도 더불어 섬세하게 진화시킨 것이다. 이에 따라 두뇌와 척수의 세포들도, 걷기에 필요한 신체 부위의 수많은 근육을 순서에 맞게 움직이게 함으로써, 그 기능들이 매우 정교하게 발전하여, 우수한 뇌를 가진 포유류로 진화하게 된 것이다.
사실, 이러한 뇌의 명령에 따라 움 직이는 관절과 근육들이 움직이는 원리는, 슈퍼컴퓨터를 능가하는 매우 정밀한 생리적 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우리는 어렴풋이 알고는 있지만 그런 메커니즘을 느끼지는 못하고 있 는 것 같다. 그러한 두 발 걷기에 의한 인체의 메커니즘을 느낄 수 있다면 우리는 두 발 걷기의 신비로움에 반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아기가 두 발로 일어서서 어른처럼 수월하게 걸으려면 두뇌와 신경, 근육, 신체 등이 종합적으로 발달해야 하며, 그것들의 총체적인 균형감각이 빠짐없이 작동해야 한다. 단순히 두 다리의 힘만 길러진다고 두 발 걷기가 가능한 게 아니다. 이러한 두 발 걷기의 균형감각은 포유류의 네 발 보행에 비해 에너지 소비량이 경제적이고, 먼 거리를 갈 수 있게 하며, 싸움에서 다양한 각도에서 무기 사용을 가능하게 하였고, 나아가서는 다양한 손기술의 발전으로 문명을 만드는 데 토대가 되었다.
두 발 직립보행이라는 진화 과정에서 매우 특이한 신체의 변화는 대둔근(gluteus maximus; 엉덩이 근육)의 발달이다. 대둔근의 발달은 두 발 걷기를 가능하게 한 일등 공신이다. 인간의 대둔근은 다른 네 발로 걷는 유인원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근육량을 가지고 있다. 대둔근은 다리를 뒤쪽에서 앞쪽으로 당기거나 곧게 서게 하도록 다리를 골반에 고정시키고 균형을 잡아주는 등 직립보행에 필요한 특별한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두 발 직립보행의 진화는 포유류에 있어서 과히 기적적인 사실이다. 그리고 진화론적 측면에서 볼 때에도 매우 어려운 과정이다. 이렇게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두 발 걷기를 존경하는 우리 조상님들께서 일찌감치 깨우친 덕에, 우리는 그에 따른 선물들이 보물창고에서 보물 쏟아지듯 엄청난 혜택들을 받고 있다. 그 선물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불의 사용, 도구의 사용, 그림의 사용, 언어의 활용, 고도의 문명 등이다. 이러한 혜택으로 인하여 오랫동안 친구로 지내던 다른 포유류들은 상상도 못할 엄청난 포 유류 종으로 진화하게 된 것이다.
언어의 활용에 관한 예를 들어 보면, 두 발 걷기는 개나 말과 같이 네 발 걷기를 하는 다른 동물과 달리 숨을 고르기 쉽게 해주었다. 그로 인하여 두 발 걷 기로 진화된 인류의 폐는 숨을 자유자재로 조절하고 전체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가 그들은 입을 통해 정교한 언어의 표현이 가능한 유일한 포유류가 되었다
한편, 인간의 두 발 직립보행에 따른 후유증으로 아직도 시달리는 고통들이 있다. 허리가 허공으로 세워짐에 따라 대둔근 위쪽에 붙어 있는 척추에 중력의 무게감이 가중되어 허리의 통증이 증가되었다. 그에 따라 골반이 작아지고 태아의 두뇌가 커짐에 따라 출산의 고통이 증가되었다. 그리고 네발 달린 유인원에게는 없는 치질의 고통이 생겨났다.
그러나 두 발 걷기에 의한 진화는 인간의 입장에서 볼 때, 많은 면에서 실보다 득이 많은 경이로운 변화임에 틀림없다. 가령 자동차나 비행기들이 두 발 걷기의 역할을 대신해 주는 지금에도, 두 발 걷기의 균형감각은 달리기, 트레킹, 구기 운동, 격투기, 스트레칭 등, 건강을 위한 운동의 수단으로 발전하여 인간의 수명연장을 가능케 하며 계속해서 인간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걷기에 관한 발전된 관심은, 단순히 두 발로 걷는 이유가 이쪽에서 저쪽으로 옮겨가는 단순한 이동의 목적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준다. 두 발로 걷기라는 이 오래된 움직임을 살펴보면, 그 걷고 있는 모습에서 그 사람의 생활 패턴과 건강의 척도, 개인이 겪어온 숱한 인생살이가 녹아 있는 것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어떤 걷기 자세로, 어떤 몸짓으로 이 세상과 접촉할 것인가도 알아낼 수 있다. 두 발로 걷는 역사와 그 걷는 원리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는 것은, 트레킹과 관련된 대부분의 것에 대한 관심이다. 그리고 그것은 나에 대한 관심, 그리고 세상에 대한 관심이다.
이제부터 당신은 주변에서 걷는 사람을 보게 되면, 예전과는 달리 사람들의 걷는 자세를 관찰하게 될 것이다. 힘차게 가슴을 펴고 활기차게 걷는지, 아니면 세상 근심을 모두 가지고 있는 사람처럼 바닥을 보고 구부정한 상태로 걷는지.
[[ 힐링트레킹 ] 완벽한 걷기 자세 - ③에서 이어집니다.]
조태봉 작가│대학에서 서양철학을 공부했으며 한국 최초의 트레킹 여행사를 23년간 운영했다. 여행사를 운영하면서 발바닥이 부르트도록 국내외 트레킹을 경험했고, 명상에 심취하여 마음챙김명상국제지도자 Level 1(미국 브라운대학 명상지도자 등재) 자격을 취득했다. 2025년 집필한 『트레킹의 원리』는 서울대 이환종 명예교수와 조태봉의 공저이며 트레킹에 관한 기술 인문 서적이다.

'자료실(산행-여행-TIP) > 기타자료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 힐링트레킹 ] 완벽한 걷기 자세 - ④ (0) | 2026.02.03 |
|---|---|
| [ 힐링트레킹 ] 완벽한 걷기 자세 - ③ (0) | 2026.02.03 |
| [ 힐링트레킹 ] 완벽한 걷기 자세 - ① (0) | 2026.02.03 |
| 되는 걷기길 안 되는 걷기길, 이유 있다 [척척박산] (0) | 2025.12.19 |
| 맨발걷기 ㅣ 맨발로 다시 일어나다 (0) | 2025.1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