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등산과 맨발 등산의 차이점
맨발 걷기라는 작은 혁명
글과 사진 찐프로│『맨발 걷기가 내게 알려준 것들』 저자, 숲길등산지도사
“맨발로 산을 오른다고요?”
이 말을 듣고 고개를 갸우뚱하던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들으면 생각이 달라진다. 나는 고혈압과 고지혈, 당뇨 전 단계, 복부비만, 허리 협착, 고 적응형 알코올 중독, 하지정맥류까지―그야말로 줄줄이 병원 대기표를 끊지 않으면 안 되는 몸이었다.
거기에 극심한 번아웃 상태까지 겹쳤다. 그로 인해 잘 다니던 직장에 사표도 여러 번 냈다. 자존감과 자신감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안개 낀 새벽 강변 에서 초등학교 4학년 계주 마지막 주자였던 어린 시절의 나와 마주했다.그 아이는 지친 내게 이렇게 말했다.
“어디 갔다 왔어? 한참을 기다렸잖아.”
원망은 없었다. 그저 한없는 기다림에 서운한 눈빛이었다. 순간 가슴 속 뜨거운 것이 솟구쳐 올랐고 그 자리에서 나는 펑펑 울었다. 그리고 다시 걷고 달리기를 시작했다. 당시 허리둘레 38인치를 향하던 나는 달리기가 어색했다.

맨발 걷기, 나를 다시 살게 한 길
처음 3년은 남한강변을 걷고 달렸다. 서울 한강 변과 달리 그곳은 늘 한산하고 조용했다. 인적이 드물었다. 21.21km 를 달리고 난
다음 날, 나는 정들었던 남한강 변을 떠났다.
그 대안으로 동네 뒷산 숲으로 향했다. 땡볕 아래보다 그늘진 오솔길이 좋았고, 마주치는 사람들의 웃음이 좋았다. 그렇게 나는 산과 숲에서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작고 평범했던 언덕 덕분에 어느새 등산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다. 체력이 붙을수록 역설적으로 몸의 불편함이 도드라졌다. 등산화 속 발가락은 늘 저렸고, 하지정맥류 탓에 종아리 컴프레션(압박밴드)를 착용하지 않으면 산을 오르기조차 힘들었다.

“도대체 왜 계속 아픈 걸까?”
답을 찾고자 도서관을 뒤졌고 한 권의 책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 책의 내용은 한마디로 ‘달리기로 인한 부상의 원인은, 운동화일 수 있다.’라는 것이었다.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기에 놀라웠고 마음에 남았다. 또 다른 책은 맨발 풀코스 마라톤 경험을 통해 “맨발은 최고의 선택”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망설임은 없었고, 내 몸에 귀를 기울이기로 했다. 맨발로, 뒷산을 오르리라 다짐했다.
첫 맨발, 첫 심장박동
처음 맨발로 흙길을 밟던 날, 온몸이 긴장했다. 가시라도 밟을까, 작은 돌에 상처라도 날까 두려웠다. 그러나 첫 발걸음 을 내딛는 순간, 차가운 흙, 까끌까끌한 등산로, 부드러운 낙엽의 감촉이 동시에 밀려왔다.
그날의 심장은 마치 운명의 여인을 만난 듯 다시 힘차게 뛰고 있었다. 이후 나는 매일 뒷산에 올랐다.
맨발로 정상까지 뛰기 시작했고, 점점 더 먼 곳,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갔다. 설악산 공룡능선을 넘어 대청봉을 밟았다. 치악산을 하루 두 번 오르기도 했다. 지리산과 한라산, 북한산까지 맨발로 걷고 또 걸었다.
맨발로 오르는 산길은 매번 새로웠다. 단 하루도 같은 날이 없었다. 비 오는 날은 촉촉하고 말랑했다. 대지의 촉촉함에 스며들었고 내가 자연과 하나임을 온몸으로 느꼈다.


눈 오는 날은 빙판처럼 미끄러웠지만, 오히려 그런 날이 더 좋았다. 자연은 매일 다른 방식으로 나를 깨웠다. 계절은 바뀌었고,
나는 서서히 강해졌다.

왜 맨발인가 — 내가 찾은 세 가지 이유
회복력 : 맨발은 무릎과 허벅지, 종아리까지 이어지는 몸의 협업을 이끌어낸다. 충격을 흡수하고 자세를 교정해준다.
감각 회복 : 신발에 갇혀 잊고 지낸 발바닥의 감각이 깨어나면서, 삶의 감각도 함께 살아난다.
내면과의 교감 : 자연과 연결된 발은 내면 깊숙이 다가간다. 진짜 나와 마주하는 치유의 시간이 시작된다.


나는 지금도 걷는다 — 찐프로의 발걸음
나는 지금 ‘걷기지도자’, ‘맨발걷기지도자’, 그리고 ‘숲길등산 지도사’ 자격을 갖춘 전문 맨발 등산가로 활동 중이다. ‘맨발 찐프로’라는 이름으로 네이버 블로그, 티스토리, 브런치스토리, 유튜브 ‘찐프로다(jjinproda)’에서 내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포털에 ‘맨발 찐프로’를 검색하면 나온다. 그곳엔 나처럼 다시 힘차게 걷고 싶은 사람들, 용기를 되찾고 도전하는 삶을 추구할 코스도 개발했다.
직접 맨발로 걸어보고 지은 이름, 설악산 ‘쓰리픽스(Three Picks : 대청봉, 공룡능선, 울산바위) 챌린지’, 그렇게 난 낮은 곳에서 높은 곳, 높은 곳에서 낮을 곳을 향해 바라보았다.
그 안의 모든 것들이 내 안에 담겼고 다시 한번 감탄했다. 맨발로 걸었기에 더 가슴 사무치게 그리워졌다.
맨발 걷기는 단지 걷기의 기술이 아니다. 맨발이 된다는 것은 삶을 새롭게 바라보는 방식의 변화이다.
오늘도 여전히 누군가에게 용기와 희망이 되기를 바라며 산을 오르고 글을 쓴다. 이제 여러분에게 묻고 싶다.
“지금, 우리의 두 발은 어디에 머물러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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