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산행-여행-TIP)/두산장이야기

“기부채납 약정, 강압적으로 이뤄졌다”

장 불재 2016. 12. 9. 23:15



산악인들 서명운동 벌이며 ‘백운산장 살리기’ 나서


본지 사무실에 모여 백운산장 존속에 관해 토론 중이다. 왼쪽부터 시계방항으로 이영준, 이건, 배성우, 이수용.



그동안 민간이 소유, 관리해오던 북한산 백운산장이

 내년 5월 북한산국립공원관리공단에 귀속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산악인들 사이에서는

현재 산장의 존립여부와 함께

이에 대한 대처방안을 놓고 논쟁이 활발하다.


이번 문제로 백운산장 존속을 강하게 주장하는

 이건(현 백운산장 관리자 이영구씨의 아들),


 한국산서회 이수용 고문,

한국대학산악연맹 배성우 부회장이 본지 사무실을 찾았다


. 이들이 강조하는 내용을 간추렸다.


이번 백운산장 존립에 관한 문제가 촉발된 계기가 무엇인가?


이건 : 얼마 전, 공단에서 공문이 왔다.

 인수인계에 협조해 달라고.


나는 어르신들이 살아계실 때까지만

사용하게 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이에 대한 조치로 산악계 여러 단체 대표들의

 의견이 담긴 탄원서를 내 보려고 한다.

이수용 : 현 관리자들이 살아있을 때까지 뿐만이 아니라

 계속 민간이 관리해야 한다.


백운산장이 산장으로서의 전통을 유지했으면 좋겠다.

 지리산, 설악산에 있는 대피소들은

 모두 기존에 있었던 산장들이 했던 역할과는 괴리가 있다.


 백운산장만이라도 그대로 뒀으면 한다.

 백운산장은 국내 제1호 산장이다.


산악문화로서 가치가 있다.

 한국 산악문화의 1번지로, 국보라고 생각한다.


지금 관리하는 이영구씨는 인간문화재라고 할 수 있다

. 이런 게 없어진다면 말이 안 된다.


배성우 : 지금의 산장 형태를 지키는 건 어렵지 않을 거 같다.

 다만 관리주체가 누가 될 것인가가 문제다.


우리는 백운산장이 단순 숙박시설이 아니라

문화 공간으로 남았으면 한다.


그렇게 하려면

 이 문제를 다양한 콘텐츠로 풀어내야 하는데,


 산장 자체에서

 여러 문화 행사를 여는 게 어떨까 생각하고 있다.


공단의 입장은 어떤가?


이건 : 공식적으로 산장을

 어떻게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전달 받은 건 없다.


 올해 한 직원이 찾아왔었는데

, 우물 있는 곳을 취사장으로 만들고,


 산장과 이곳을 잇는 통로를 만들어

 숙박시설과 연결을 지으면 어떻겠느냐고 했다.


처음엔 좋다고 했는데,

가만히 보니 관리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어 작업을 취소한 적이 있다.


배성우 : 몇 해 전, 전해들은 얘기로는 산장을 회수해서

 숙박시설을 더 강화할 거라고 했다.


 구조대 근처 인수 야영장을 없애고

 야영장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산장으로 흡수하겠다고.


이수용 야영장을 없애는 건 말이 안 된다.

야영장은 지금까지 산악인들 훈련장으로 훌륭한 역할을 했다.


그런 시설을 산장으로 국한시킨다는 게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한다.




토론 참여자들. 왼쪽부터 이수용 한국산서회 고문, 이건(백운산장 현 주인 이영구씨의 아들), 배성우 한국대학산악연맹 부회장.


오래전, 공단과 기부채납에 대한 계약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나?


이건 : 계약을 했을 당시 아버님이 쓰셨던 일기가 있다.

 내용에 공단 측의 강압적인 태도가 기록돼 있다.


 당시 아버님 혼자 그 자리에 참석했는데,

 아버님 말씀에 따르면 산장에서는 지금 당신이 살고 있지만


 여러 산악인들의 도움으로 지은 것이기에

혼자서 결정할 수 없는 일이라고 공단 관계자를 설득했다.


그럼에도 막무가내로 도장을 찍게 했다는 정황이 있다

. 지금의 나라도 그 상황에선 아버님처럼 했을 것 같다.


배성우 : 1992년 산장이 화재로 소실됐을 때 재건축을 위해

 작성된 공단과의 약정서에도 문제가 있다.


 갑과 을의 관계가 명확하다.

당시 산장을 지을 때 공단 측으로부터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했다고 알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약정서를 내미는 게 어디 있나?


산장철거가 국립공원 산지정화 사업의 일환이라면

 산장 내에서 발생하는 오수나 쓰레기를 문제 삼을 수도 있겠다


이건 : 산장에서 발생하는 생활오수는

1차로 파이프라인을 통해 인수산장 탱크로 내려간다.


 여기서 양수기를 이용해 고개 정상까지 물을 끌어올린 다음

 자동적으로 도선사 탱크로 내려가게 돼 있다.

 오염된 물은 절대 계곡으로 흘려보내지 않는다.


이수용 : 산악인들은 기본적으로 환경보호에 대한 의식이 철저하다.

그렇지 못한 사람이 일부 있겠지만


산장을 이용하는 이들 때문에

산이 더럽혀진다는 건 확대해석한 결과다.


산장 존속을 위한 대처방안이 있을까?
 

배성우 : 문화재로 지정해 관리하는 방법이 있다.

한 세기의 역사가 담긴 산장을 없앤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불가다.


산장이 소속돼 있는 고양시에서는

 이를 적극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수용 : 산악인들이 나서야 한다.

백운산장이 산악인들에겐 물론이고 일반인들에게도


 가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을 알려야 한다.

 여기서 지속적으로 문화행사를 여는 게 방법일 수 있다.






다음은 이건씨가 공개한 기부채납 약정 체결시

 이영구씨의 기록이다. 내용을 그대로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