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우리산/마운틴에티켓

[마운틴 에티켓<6>] 당신은 산을 정복하지 않았다

장 불재 2019. 5. 11. 07:13





흔히 쓰이는 말 중에
 ‘산을 정복했다’는 표현이 있다.

언론 기사에서도 흔히 사용되며,
 인터넷 SNS와 일상 대화에서도 많이 쓴다.

산 정상에 오른 것을 ‘정복했다’고 표현하는데,
가파른 산비탈을 참고 견디며
정상에 오른 과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산을 정복했다’는 표현은
산악담당 기자나 등산전문 기자가 아닌,

 등산에 대한 관심이 적은
일반 기자와 매체에서 자주 사용된다.

포털에서도 검색해 보면
등산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초보자들이

 ‘국립공원 산 정복’,
‘서울에 있는 산 정복’ 같은 표현을 흔히 사용한다.

 자신의 노력을 돋보이게 만들고,
 화려하게 수식하기 위해 ‘정복했다’는 표현을 쓴다.

산꼭대기에 잠깐 오른 것으로
 과연 그 산을 정복했다고 할 수 있는가.

그저 표현일 뿐인데
 무슨 상관이냐고 할 수 있지만,

그 사람이 가진
 자연에 대한 가치관을 보여 주는 말이다.

 산은 인간의 이익과 욕망을 위해
지배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산을 많이 오른 등산인일수록,
 등반 능력이 뛰어난
산악인일수록 ‘정복’이란 말을 지양한다.

 산은 정복될 수 없는
 자연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아메리칸알파인저널> 한국통신원이었던 피터 젠센은
외국의 세계적인 산악인들과 유수의 산악 전문매체에
한국 산악인에 대한 생각을 묻는 메일 80통을 보낸바 있다.

그는
 “답장 중 상당수가 비난 메일이 많아 당혹스러웠다”며
 “자살을 연상케 할 만큼 무모하게 등반하며,

셰르파에게 지나친 위험을 강요하고 버리고 간 쓰레기와
고정로프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고 얘기했다.

지나친 한국형 정복주의적 시각이
 가져올 수 있는 폐해를 지적한 것이다. 
엄홍길 대장은
 “산에서 욕심 부린다고 결코 욕심대로 되지 않는다”며

 “산은 정복할 수 있는 곳이 아니며
사람 마음을 비우게 하는 대상”이라 얘기한바 있다.

고 김창호 대장은
 “정상을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정복해 고요함을 유지하며
결과에 집착하지 않는 행위를 추구하는 것이
궁극적인 등반의 가치”라고 했다.

 당신은
 산을 다녀온 것일 뿐,
 정복하지 않았다.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