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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사전] 설동 짓다(X) 설동 파다(O)

장 불재 2025. 1. 29. 08:51

 

 

 

심설산행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면 설동이란 개념이 낯설 수 있다. 눈으로 만드는 야영공간이라고 하면 곧잘 TV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오호츠크해 특집에서 출연자들이 눈 벽돌을 정성스레 만들어 지었던 이글루를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설동은 짓는 것이 아니라 파서 만드는 굴이다. 겨울 설산에서 조난 등 부득이한 상황에 처했을 때 긴급 야영법으로 즐겨 사용된다. 아니면 텐트 없이 설동에서 잘 생각을 하고 눈삽만 챙겨 산행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설동을 등반에서 활용한 것은 1929년이 처음이다. 독일 히말라야 칸첸중가 원정대가 동북릉 6,000m 지점에 설동을 파고 이를 전진기지로 이용했다.

설동을 팔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위치 선정이다. 최소 눈이 3m 이상 쌓여야 안전하다. 대개 능선부에 생긴 눈 처마를 옆에서 파고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아무 눈이나 파도 되는 게 아니라 내리고 쌓이고 얼고를 반복해 단단해진 눈이어야 한다. 그러니 내린 지 얼마 되지 않아 가벼운 눈은 안전하지 않다. 국내에서는 울릉도 성인봉에 설동을 파기 적합한 곳이 자주 만들어진다. 

몇 명이 지낼 것인지, 몇 명이 팔 것인지에 따라 조금씩 상이하지만 보통 설동을 파는 데는 3시간 정도 잡는다. 중요한 것은 아래를 향해 파 들어가지 않고 앞이나 옆, 위를 파서 실내를 넓혀야 한다는 점이다.

 

입구 통로의 천장이 설동 바닥보다 15cm 정도 낮게 형성돼야 설동 안의 따뜻한 공기를 가두고 바깥의 찬 공기를 막을 수 있다. 지형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눈을 이용해 바람막이 벽을 쌓으면 된다.

눈삽이 없으면 코펠이나 헬멧을 활용할 수도 있다. 천장의 두께는 60cm 이상만 되면 괜찮다. 안전을 위해서 천장에 환기구 2개 정도를 뚫어 두는 것이 좋다.

 

그래야 질식사를 방지할 수 있다. 또 설동 안에서 스토브를 사용해 취사하면 안 된다. 붕괴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내부 온도를 높이기 위해 잠시 켰다 끄는 정도는 괜찮다.

잘 만들어진 설동은 매우 따뜻하고 포근하며 텐트보다 훌륭하다. 외부온도가 영하 20℃로 추워도 내부는 0℃를 유지할 정도다.

 

설동 안의 수증기가 보온 효과를 높여 주고, 벽을 이루는 눈이 공기를 머금고 있어 뛰어난 단열재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설동은 며칠씩 유지될 수도 있지만 안전을 위해 하루만 자고 나오는 것이 좋다. 그 이상으로 이용할 경우 무너져 내려 눈에 깔릴 위험이 있다.

 

그리고 설동을 파본 적이 없는 초보자는 반드시 여러 번 설동을 구축해 본 전문가와 함께해야 한다. 아무리 이론을 숙지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눈의 질이나 상태, 외부 날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어야 안전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설동에서 철수할 땐 반드시 무너뜨려야 한다. 아래에 설동이 있는지 모르고 그 위를 지나는 등산객에게 큰 위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