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도 또 달라… 카포스 기준으론 한반도 전체 면적 42%에 불과
산의 기준 따라 면적 들쭉날쭉… 숲·입목 개념과 일부 혼용해서 사용
우리나라의 산지면적은 얼마나 될까?
산지면적은 ‘산의 정의가 무엇인가?’<1>에서 언급한
산에 대한 개념정의와 직접 관련이 있으며,
이에 따라 산지면적도 달라진다.
우리 정부에서는
부처마다 조금씩 다른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산지면적도 부처마다 다소 차이가 난다.
산림청에서는
현재 남한의 산림면적을 국토의 63%라고 규정하면서
산림면적이 633만5,000㏊라고 한다.
산림청은
산지山地·forest land를 두 가지 개념으로 정의하고 있다.
하나는
‘평야·고원·구릉에 비해서 기복이 크고,
경사가 가파른 사면을 가지며,
넓은 면적을 보유하는 토지의 융기이다’로,
다른 하나는
‘종자 및 기타 식물재료의 지리적 원산지original seed origin,
지리적 품종geographic race과 같은 개념으로도 사용되며,
이 경우 유전적 조성이 자연도태에 의해 발달한 임목집단’을 뜻한다.
산림청은
산림에 관한 내용을 주로 산지관리법에 따른다.
산지관리법 제2조에는
산지를 ‘입목이 생육하는 토지’로 규정한다.
또 다른 법法인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는
‘산지는 입목立木·죽竹이
집단적으로 생육하고 있는 토지’로 정의한다.
이 두 기준은 엄격히 말하면
산mountain이라기보다 숲forest의 개념에 가깝다.
나무가 집단적으로 서식하는 땅이라는 개념이다.
국토교통부는
남한의 산지를 65.2%로 보고 있다.
이 기준은
1×1km 지역에서 가장 고도가 높은 지점과
낮은 지점의 차이를 말하는 기복량이
100m 이상을 기준으로
고도 200~400m를 저산성산지로,
400~800m를 중산성산지로,
800m 이상을 고산성산지로 구분했다.
이에 해당하는 산지를 전부 산의 개념으로 보고 있으며,
그 면적이 65.2%라는 것이다.
카포스 기준으로 남한의 산지 31%
실제 한반도 전체의 고도별 분포는
2,000m 이상이 전 국토의 0.4%, 1,500~2,000m가 4%,
1,000~1,500m가 10%, 500~1,000m는 40%,
200~ 500m의 저산지는 전 국토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산의 평균고도는 482m이며,
아시아의 평균고도 960m에 비하면
매우 낮은 저산지로 이뤄져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카포스Kapos의 산의 기준을 적용하면
한반도의 산지면적은 약 42%로 나온다.
카포스는
고도 300~1,000m이면서 지역기복량 300m 이상,
고도 1,000~1,500m이면서
경사 5도 이상이거나 지역기복량 300m 이상,
고도 1,500~2,500m이면서 경사 2도 이상,
고도 2,500~3,500m, 고도 3,500~4,500m 이상,
고도 4,500m 이상 등으로 산의 기준을 나눴다.
탁한명 부산대 교수는
이에 따른 고도, 경사, 국지기복량을 변수를 근거로
한반도의 산지를 분석한 결과,
산지면적은 한반도 전체 면적의
약 42%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나마 북한은 51%였지만
남한은 31%로 더 줄어들었다.
이는 우리나라 산지관리법에 근거를 둔
임·경지 면적으로 산지를 규정하는 임학적 산지(63%)와
지리·지형학적 산지는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 박수진 교수 등 새로운 방식 산출
서울대 박수진 교수와 국립산림과학원 최정선 연구원 등이
최근 공동 연구 발표한 논문
<산지 경계 추출을 위한 지형학적 변수 선정과 알고리즘 개발>
(이하 산지 알고리즘)에 따르면,
남한의 산지면적은 약 72.1%로 나왔다.
산지 관리부처인
산림청의 산의 비율과 10% 가까이 차이가 난다.
산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발생한 차이인 것이다.
<산지 알고리즘> 논문은
경사를 산지 경계 추출의 기준 변수로 선정했다.
경사가 어느 정도 되는 지점부터 산으로 인식하는지
지형학, 산림과학, 토양학, 생태학, 사회과학, 공간정보
, 도시공학 전문가 7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경사를 3가지로 나눴다(그림1 참조).
1번 경계는 낙하사면과 운반사면의 경계로,
물질의 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급경사지가 해당한다.
2번 경계는 운반사면과 붕적말단사면의 경계로
급경사지에서 점차 경사가 완만한 구간으로 진입하는 곳이다.
3번 경계는 붕적말단사면과 충적사면 하부의 경계이며
완만한 경사를 지나는 곳이다.
조사결과,
전문가들 중 74%가 2번으로 표시된 곳을
산지의 경계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물질흐름에 따른 침식과 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급경사지 사면까지는 산으로 인식하며,
상대적으로 퇴적 작용이 일어나는 사면은
산이 아닌 지형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 줬다(표1 참고).
따라서 산지와 비산지를 구분하는 변수로는
경사가 중요하며,
급경사지와 저구릉지(완경사지)의 경계가
산지를 구분하는 경계에 해당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이 논문은
‘시각적으로 어느 정도의 경사가 있어야만
산으로 인정할 수 있느냐’고 질문한 뒤
응답 내용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최 연구원은 이를 위해
지형의 요철 정도를 표현하는 지표로 단면곡면율을 이용했다.
단면곡면율은
경사면에 해당하는 지표면의 기복을 나타내며,
가장 가파른 사면 방향의 단면을 따라
표현되는 곡면율을 말한다.
즉 경사면에 평행이 되므로 경사의 방향을 알 수 있고,
사면에 대한 물질흐름의 가속 또는 감속에 영향을 준다.
또 경사면에 평행하게 나타나는 곡면율의 유형이므로
지표면에 대한 요철의 정도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2 유역별 산지비율
유역별로 도출된
최적경사도 값과 단면곡면율 값을 바탕으로
최종 산지경계를 추출한 결과 72.1%가 산지로 분류됐다.
북한 접경지역, 강원도,
영동지방에 해당하는 유역에서
산지의 비율이 높게 나타난 반면,
서해안에 위치해 있거나 시화호 유역, 부남방조제 유역 등
간척 사업이 진행된 지역에서는 산지의 비율이
유역 내에서 30% 이하로 낮게 나타났다.
산지면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유역은
다소 급경사이면서도 복잡한 기복을 지닌 지형들이
밀집되어 분포했다.
대표적인 지역으로 고미탄천 유역이다.
산지면적이 우세한 유역으로 나타난 지역은
고미탄천·평화의댐·무주 남대천 등이고,
산지면적과 비산지면적이 유사한 지역은
영산강 상류·고막원천·논산천 등이고,
비산지면적이 우세한 유역은
제주 서해·시화호·부남방조제 등으로 나타났다(표2 참조).
이 논문에서는 산지와 비산지를 구분할 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고도, 경사도 등에 대한
획일적인 기준을 사용하지 않고,
중권역 단위로 지역을 구분해서 분석했다.
유역별 지형 특성을 나타내는
변수와 기준을 도출하고 적용함으로써
지형적 패턴과 지형 형성과정,
물질의 흐름을 고려할 수 있는 산지경계추출 방안을 제시한 점이
기존 연구와 가장 큰 차별성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밀도 있는 산림지역의 경우
이전 연구에서는 비산지 유역으로 구분됐으나
이 연구결과에서는
상당 부분 산지로 도출되는 한계를 노출하기도 했지만
산의 정의에 대한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 산지 면적은
부처마다, 학자마다, 연구기준에 따라 각각 다르게 나오는 상황이다.
일률적인 기준이 없으니
국토의 산지관리 측면에서 문제점을 노출할 수도 있다.
따라서 부처 간 합의에 의해 도출된 산의 기준에 따라
산출되는 산지면적을 일관되게 사용할 필요가 있다.
산의 개념 정립과 산지 범위 지정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산지에 대한 개발 수요증가현상이 계속될 경우,
무분별한 산지개발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산지를 포함한 전체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고
진행되는 개발은 산지뿐만 아니라
산지 내·외부 생태계에 악영향을 가중시킬 수 있고,
산사태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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