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우리산/산의 정의

<1>산의 개념] 산의 기준은 높이? 경사도? 면적?

장 불재 2018. 6. 26. 12:42




국가, 부처, 학자마다 기준 들쭉날쭉… 논란 끊이지 않아
인문학적 개념도 달라… 정부 주재로 전문가들 합의 도출해야



우리가 흔히 쓰는 ‘산山’이란 개념이 뭘까?

“오늘 어느 산으로 등산갈까” 했을 때 그 산의 정의는 뭔가?


‘산’이란 무엇인가?

주변에 물어봤다.


 “등산할 수 있는 대상으로서 오를 수 있는 곳”

 “지리학적으로 평지보다 고도가 높은 지형인데,


 인간이 산이라고 이름 붙인 곳”

 “평지보다 높이 있는 곳이며,


 그 기준은 사람이 정하기 나름”

“산 이름이 붙었다고 해서 모두 산은 아니고,


 동일한 역사문화적 영역이자 사람의 삶 속에서 인식되는

대대손손 살아온 터전의 의미에 가깝다”고

 답변하는 등 다양한 정의가 나왔다.


산림청이 지난 2007년 12월

국토지리정보원의 자연지명 자료를 기초로


 현장 숲길조사,

수치지형도 분석,

지방자치단체/ 지리·지형학계/ 산악단체

전문가의 검토를 거쳐 최종 집계한

 남한의 산의 개수를 4,440개라고 발표했다.


 당시 산통계의 기초자료로 활용한

 국토지리정보원 자연지명 자료에 따르면


 ‘산, 봉, 재, 치(티), 대’ 등 산으로 분류될 만한

자연지명은 총 8,006개였으며,


 이 가운데 ‘재, 치(티), 고개’는

 지리적 성격상 통계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반면 국토지리정보원에서는

 2017년 성과를 발표하면서

남한의 산을 7,414개라고 공개했다.


고시가 된 산 및 과거지형도로부터

 명칭이 부여된 산을 대상으로 했다고 밝혔다.


 즉, 산이란 이름이 붙은 숫자의 총합이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높이 10m 이하 산에서부터

 남한 최고 높이 1,950m인 한라산까지


 산이란 이름이 붙은 산을 총망라했다.

깊은 산 속 이름 없는 봉우리는 포함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1만 개의 산에 올랐다거나

 1만5,000여 개의 산에 올랐다고 주장하는 등산꾼들이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산의 개념은

 “산이란 이름을 갖고 있든 없든 봉우리로 솟아 있으면

 무조건 하나의 산으로 계산했다”고 한다.


지리산에조차 아직 이름 없는 봉우리가 있지만

그 봉우리도 하나의 산으로 인정하고 계산했다는 의미다.


그렇게 보면 지리산에는 수십 개의 산이 있으며,

산mountain이 아니고 산권mountain range인 셈이다.


그들은 이름 없는 봉우리에

 자체적으로 이름을 붙여 올랐다고 주장한다.


 공식 지명은 아닌 것이다.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지명위원회를 열어

 논의를 거친 뒤 공식 지명이 결정된다.


이와 같이 산은 산인데 이름이 없거나 이름이 있어도

 산의 기준에 부합한지 애매한 산들이 많다.


 이는 산을 관리하고 보호하는

산림청이나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조차


아직 우리나라 산에 대한 정확한 개념정의를

하지 않거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지형구조가

동고서저형東高西低型으로 매우 복잡한 이유도 있다.


 그렇더라도 개념정의가 없으니

 아직 산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학자들조차 그때 그때

 다른 기준으로 설명하고 있는 실정이다.


산과 산권의 개념 모호


자연지리학 사전에서는

‘산은

고도 개념을 우선하여

주변지역(평지, 구릉)보다 높은 자연지형’을 가리키고,


 산지는

기복이 뚜렷하고 주위의 저평한 지역과

 명백한 산록에 의해 구별되는 지표의 일부로서


 평지, 대지, 구릉지에 비해 기복이 크고

 급경사의 부분이 뚜렷하며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지역’으로 정의하고 있다.



백과사전에서도

 ‘산은 일반적으로 육지에서

주변 지면보다 수백m 이상 높고

 복잡한 기복을 가진 지형을 말한다’고 규정한다.


 여기서도 기준이 모호하고 구체적이지 않다.


정부 부처마다

산에 대한 기준과 정의도 다르다.


산림청은 ‘산지관리법’에 따르고 있다.


산지관리법에 따르면

 ‘산지는 입목이 생육하는 토지이며,

보전산지와 준보전산지를 합한 필지단위의

임·경지의 전체 면적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


산지는

입목立木·죽竹이 집단적으로 생육하고 있는 토지’로 정의한다.


 이 기준은 엄격히 말하면

산mountain이라기 보다 숲forest의 개념에 가깝다.


 물론 산에 숲이 있지만 꼭 산에만 숲이 있는 건 아니다.


이 기준에 따르면

평지에서 입목·죽이 집단적으로 서식하면 산이 될 수 있고,


산에서 사람이 거주하는 평지가 나오면

산이 아닐 수 있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건설부에서는 지난 1992년

 남한 국토면적의 65.2%를 산지로 분류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1×1km 지역에서 가장 고도가 높은 지점과


 낮은 지점의 차이를 말하는 기복량이 100m 이상을 기준으로

 고도 200~400m인 경우를 저산성산지로,


400~800m를 중산성산지로,

 800m 이상을 고산성산지로 구분했다.


이에 해당하는 산지는 전부 산의 개념으로 인식했다.


실제 한반도 전체의 고도별 분포는

 2,000m 이상이 전 국토의 0.4%,

1,500~2,000m가 4%,

1,000~1,500m가 10%,

 500~1,000m는 40%,

 200~500m의 저산지는 전 국토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서

 우리나라 산의 평균고도는 482m이며,


 아시아의 평균고도 960m에 비하면

 매우 낮은 저산지로 이뤄져 있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산의 개념은

 한 국가 내에서 부처마다 기준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산의 숫자도 들쭉날쭉 할 수 있고,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외국에서는 산에 대한 기준,

 즉 개념정의를 어떻게 내리는지 한 번 살펴보자.


 영국에서는

1,000피트(305m) 이상의 고도를 가진 지형을 산이라 하고,

그에 미치지 못한 것을 구릉으로 분류했다.


 이 기준이 1920년대 변경되어

현재 영국에서는 2,000피트(610m) 이상의

봉우리를 가진 지형을 산으로 정의하고 있다.


영국은

 학자들마다 더욱 세분화된 기준을 사용하고 있지만

 일단 높이에 의한 분류를 하고 있다.




이 기준을 우리나라에 적용해 보면 

매우 곤란한 경우에 직면한다.


 평창 같은 경우는 도시 전체 평균 고도가 약 700m에 달한다.

그렇다고, 평창을 산으로 분류할 수는 없다.


동고서저東高西低인 한반도 지형에서

 산지가 전체 80% 이상 차지하는 동쪽 강원도와

 경북 지역은 고도가 500m 이상인 도시나 마을이 수두룩하다.


 이 지역들을 전부 산으로 볼 수 없는 것이다.

 이 기준도 우리나라에 적용할 수 있는 타당한 기준은 아닌 것 같다.


고원지대도 높이로만 따지면 산에 해당


미국에서는 한때

 1,000피트를 산과 구릉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사용했으나,


 지형마다 기준을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 없어

 1970년대 이후 더 이상 산에 관한 기술적 정의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

산에 대한 개념정의의 필요성이 대두되어


미국 지명위원회United States Board on Geographic Names는

 ‘산지는 일반적으로 산꼭대기가 1,000피트를 초과하는

 일련의 산들을 총칭하는 것’이라고 명시했다.


산에 대한 정의에

봉우리의 개념을 조금 더 강조한 듯하다.


봉우리가 있으면서

고도가 300m 이상 되는 지역을 가리킨다.

이 기준도 봉우리의 경사도에 따른 논란의 여지가 있다.


봉우리가 있지만 경사도가 완만하면

사람이 충분히 살 만하기 때문이다

. 따라서 마을과 도시가 형성될 수 있다.


이에 대한 보완 기준을 다른 나라에서 보여 준다.


 이탈리아에서는

 산의 정의를

 ‘지역면적 80% 이상이 고도 600m 이상이면서

 지역의 고도차가 최소 600m 이상 나는 곳’으로 했다.


 미국이나 영국의 기준보다 조금 더 구체적이다


. 프랑스에서는

 ‘지역면적 80% 이상이 고도 600m 이상이고,

최고 최저점 간 고도차가 400m 이상 나는 곳을 산’이라 정의한다.


2002년 발간한 유엔 환경계획 보고서

 ‘마운틴 와치Mountain Watch’에는


 세계의 최저등급 산은

 ‘고도 300~1,000m와 반경 7km 이내

국지적 고도차가 300m 초과하는 곳’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에 따라서 국내 지형학계에서도

국제적 흐름을 좇아 고도 300m 이상을 산지로 간주하는 추세다.


이같이 산에 대한 정의는

 국가마다 그 기준이 다양하다.


높이로 하면

고원지대가 전부 산에 속할 수 있고,


 경사도를

 어디까지로 잡아야 할지 지대마다 다르기 때문에

산의 기준을 일률적으로 정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국가마다 산에 대한 기준이 다르듯이

전 세계 학자들도 각각 다른 개념정의를 내리고 있다.


로드릭 패티Roderick Peattie는

산의 기준을 세 가지로 정의했다.


솟은 지형,

주변의 거주민들에 의해 산으로 인식되는 곳,

 독립성을 보이는 지형이다.


하지만 패티의 산에 대한 정의는

 인문학적인 개념으로 적절할지 모르나

 지리·지형적 관점으로 보면 매우 추상적인 개념이다. 


영국의 산지 지형학자 제라 Gerrard는

산을 정의하는 기준으로


 고도, 부피volume 또는 규모, 상대적 기복, 경사도,

 개석 밀도ruggedness or density of dissection,

 간격spacing, 연속성 등을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산지mountain regions에 대한

생태학적 관심과 접근이 많이 요구돼


모든 국가에 적용할 수 있는 고도,

상대적 기복, 수평적 규모 또는 면적area과 같은


 세 가지 기준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산지 혹은 산지 범위의 분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높이가 있는 동시에 경사도를 가지면서

일정한 면적을 가진 곳을 산이라 한다는 것이다.


메이백Maybeck은

산은 구릉과 달리 500m 이상의 고도를 지니며,

고도에 따라 경사도 또는 지형의

거칠기에 대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프라이스Price et al는

‘산은 상대적으로

큰 기복을 가진 높은 고도의 지형’이라고 정의했다.


 또한 산은 경사와 기후적 다양성이 나타나며,

산록에서 정상까지 초목을 지닌다고 덧붙였다. 


카포스Kapos가 정의한 산의 개념을

 현재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다.


그는 고도 300~1,000m이면서 지역기복량 300m 이상,

고도 1,000~1,500m이면서 경사 5도 이상이거나


지역기복량 300m 이상

, 고도 1,500~2,500m이면서 경사 2도 이상,


 고도 2,500~3,500m,

 고도 3,500~4,500m 이상,

 고도 4,500 이상 등으로 나눠 정의하고 있다.


 산에 대한 기준이 매우 구체적이라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한다.


한반도 지형 동고서저형에 매우 복잡


서울대 박수진 지리학과 교수는

 “산을 300m 이하로 규정할 경우

 한반도의 산지분포는 매우 복잡한 양상을 보여 주고 있어

 뚜렷한 경향성을 찾기 어렵다”며


 “산을 700m 이상으로 규정할 경우

주요 산과 산의 연속성이 나타나지 않는 문제점을 가지게 된다”며

한국 지형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박 교수는

 “산의 개념이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산맥과 산줄기의 개념까지 혼동해서 사용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한반도의 복잡한 산지분포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산의 개념정의뿐만 아니라


 산맥mountain ranges과 산줄기mountain ridges를

 명확히 구분해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산맥은

장기간의 지형발달과정을 거치면서 형성된 산지들의 집합체로서


 위치와 방향, 형성과정, 형성시기 면에서

 다른 산지와 구분되는 것을 가리킨다.


 반면 산줄기는

지표면에서 일정한 고도를 가지면서

 산지로 인식될 수 있는 지점들을 연결한 선으로 규정한다


. 백두대간이 이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한국에서 산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란 매우 어렵다.


그렇더라도 지금과 같이 중구난방 식으로

 정확한 개념정의 없이 주장하는 것보다


 일단 전문가들의 논의를 거쳐 산에 대한 정의를 내린 뒤

 조금씩 더 정확한 개념을 정립하는 순서를


  밟아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월간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