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옛길
-이 원 규-
<화개동천 신흥~의신 십리 길>
살다 지쳐
자주 팍팍한 날이면
세상사 낡은 외투
훌훌 벗어던지고
화개동천
지리산 옛길로 가자
세이암
맑은 물에 두 귀를 씻고
연초록 산바람에
백태 낀 눈동자를 헹구자
저마다
외로운 구름처럼
한 마리 보리은어의
첫 마음으로 거슬러 오르자
아직 어린 새색시
첩첩 울며 시집오고
의신마을 코흘리개들
가갸거겨 배고픈 쇠점재
저 홀로
버림받은 사람도
아랫도리 후덜덜
화개장터 소금장수도
어금니 꽉 깨물고
넘던 사지넘이고개
날마다 서산대사는
입산출가의 자세로 오가고
비운의 혁명가
화산 선생은
빗점골로 들어가
마침내 죽어서야 돌아왔다
살다 지쳐
자주 침침한 날이면
저잣거리 빛바랜
안경을 벗어던지자
감감바위 아래
그 무거운 봇짐일랑 내려놓고
금낭화 피면
그 옆에 쪼그려 앉아
그냥
금낭화가 되자
산나물 조금 안다고
뜯지도 캐지도 말고
박새 초오
지리강활 동의나물
여차하면 독이 되는
오욕의 풀일랑 키우지 말고
그저 가만가만
보리은어의 눈빛으로
착한 다람쥐꼬리처럼
따숩게 두 손을 잡자
그래도 못다 한
속울음이 남았다면
벽소령
희푸른 달빛을 보며
대성폭포처럼
그예 대성통곡을 하자
그리고 돌이끼처럼
다시는 울지 말자
그 누구라도
외로운 산신령, 서러운 신선
온종일
의신동천 물소리로
내장을 헹구러 가자
모세혈관마다
연초록 바람이 이는
지리산 옛길로 가자.
의신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점심식사를 하고 힘을낸다.
서산대사길 날머리
반달가슴곰 생태학습장
출렁다리를 건넌다.
의신마을
원통암은 포기하고 주차장으로 간다.
의신마을 당산
선학정
마을입구 장승가족
주차장가는길
의신마을 대형버스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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