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산행-여행-TIP)/등산활용 Tip

산에서 노숙 ‘비박’, 한자가 아니에요

장 불재 2023. 8. 2. 13:25

 

 

“오늘 같은 날, 산에서 비박하면 좋겠는데!”

등산인들에게 익숙한 단어, 비박. 사람들은 흔히 차박車泊을 떠올리며 비박도 한자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한자가 아니다. 독일어 비바크Biwak에서 유래한 비박의 어원은 Bi주변+Wache감시의 합성어다.

비박은 응급한 상황에서 텐트 없이 밤을 보내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말하자면 산에서 노숙하는 것이다. 산속의 동굴, 나무, 바위 같은 지형지물을 활용하거나 폴대가 없는 침낭 커버(비비색), 방수천을 덮고 자는 것도 비박이라 할 수 있다.

1953년 오스트리아의 산악인 헤르만 불의 낭가파르바트 비박은 고산 등반사 중 가장 유명한 비박들 중 하나로 꼽힌다. 텐트나 침낭도 없이 홀로 정상 공격에 성공한 헤르만 불은 하산 도중 해가 져버려 어쩔 수 없이 비박을 감행했다.

 

8,000m에서 피켈 하나에 의지한 채 맨몸으로 밤을 보냈다. 이튿날 그는 출발한 지 41시간 만에 캠프로 돌아왔지만, 동상에 걸려 발가락 2개를 절단하고 만다. 또한 29세인 그의 얼굴은 마치 노인처럼 변해 버렸다.

시대가 변하면서 비박의 활용도 바뀌고 있다. 그중 주목할 만한 것은 국내 장거리종주꾼들의 비박이다. 과거에는 텐트나 침낭 같은 백패킹 장비를 무겁게 짊어지고 1박 이상으로 가는 장거리 산행이 대세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짐을 최소화한 후 중간에 보급 받으면서 새벽에 졸릴 때 잠깐 비박하고 무박 종주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자의적 비박이야 날씨와 안전, 체력에 문제 없다면 산행의 재미와 효율을 높여 준다. 하지만 타의적 비박은 다르다. 이를 바꿔 말하면 조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