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의 한 일간지에서 네팔 내 공식 8,000m급 봉우리 수를 현 8개에서 14개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2월 초 네팔 <카트만두포스트>는 네팔의 등반협회와 지리조사국에서 근무했던 관리들의 발언을 인용해 이같이 주장했다.
현재 국제적으로 인정된 8,000m급 봉우리는 총 14개로 중국, 네팔, 파키스탄의 국경지대에 몰려 있다. <카트만두포스트>는 여기에 그동안 독립봉의 지위를 얻지 못했던 봉우리 중 6개를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얄룽캉(8,505m), 칸첸중가 남봉(8,476m), 칸첸중가 중앙봉(8,473m), 칸첸중가 서봉(8,077m), 로체 중앙봉(8,413m), 로체샤르(8,400m)다.
이런 주장은 네팔은 물론 중국 당국자들도 지난 20여 년 동안 꾸준히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번번이 등반지리 전문가들의 반대를 넘지 못했다.
등산에 있어 어떤 돌출부를 하나의 독립봉으로 인정해야 하는지에 관한 세부 기준은 지역마다, 또 해발고도마다 다르다. 단 국제적으론 국제산악연맹이 제시한 기준이 두루 쓰인다.
이에 따르면 인접한 두 봉우리 사이 안부로부터 정상까지 표고차인 돌출정도가 300m 이상이면 두 봉우리 모두 독립봉으로 본다.
미국 ‘픽배거닷컴’에서는 1만4,000피트(4,267m) 이상 봉우리의 독립봉 판별 기준을 돌출정도 300피트(91.44m)로 보고 있다. 알프스 4,000m급 산에서는 돌출정도를 30m로도 본다. 30m를 기준으로 한 건 로프 등반 한 피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돌출정도만으로는 독립봉을 판별하는 데 충분치 않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그래서 추가적으로 도입된 개념이 ‘산악지배율orographic dominance’이다.
해당 산의 해발고도에서 돌출정도가 차지하는 백분율이다. 산악지배율이 7% 이상이면 주봉, 2.1~6.99%이면 위성봉, 0.7~2.09%이면 2차봉, 0.69% 이하면 ‘눈에 띄는 봉’으로 불린다.
이에 따르면 8,000m 14좌 중 최고봉인 에베레스트는 산악지배율이 100%이지만, 그 바로 옆의 로체(8,516m)는 산악지배율이 7%다. 주봉에 겨우 턱걸이를 했다.
앞서 언급된 6개 8,000m급 봉우리는 산악지배율이 모두 2% 미만으로 2차봉 혹은 그 아래에 속해 독립봉이 아니다. 이들과 같이 8,000m 이상이지만 독립봉이 아닌 봉우리 중에 산악지배율이 가장 높은 봉우리는 2.26%인 브로드피크 중앙봉(8,011m)이다.
그 외에 주목할 만한 봉우리로 눕체(7,861m)는 3%로 독립봉이 아니다. 마나슬루(8,163m) 정상 근처에 솟은 이스트피너클(7,992m)도, 돌출정도 121m에 산악지배율 1.45%로 독립봉이 아니다.
그렇다면 ‘현존 최고最高 미등봉’은 어딜까? 부탄의 강카르푼숨(7,570m)이 아직 미등봉이지만 정부가 등반을 금지하고 있다. 등반 가능한 최고 미등봉은 파키스탄의 무추치시(7,453m)가 꼽힌다.
다만 무추치시의 돌출정도는 263m, 산악지배율은 3.5%로 독립봉이 아니다. 그래서 과연 이 봉우리를 올랐을 때 독립봉을 올랐을 때만큼 인정받을 수 있느냐에 관한 논쟁도 있다. 등반이 가능한 독립봉 중 가장 높은 미등봉은 랍체캉2봉(7,270m)이다.
한편 엄홍길 대장이 히말라야 14좌에 더해 올랐던 로체샤르, 얄룽캉도 독립봉이 아니다. 엄홍길 대장 측이 ‘16좌’라는 표현을 한때 널리 사용하다가 지금은 거의 철회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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