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2025세상사는이야기

몸과 마음을 해독하는 벚나무

장 불재 2022. 4. 13. 08:45

 

우리가 사는 지구는 식물의 공(球)이고, 인간은 식물 덕분에 살고 있다. 지구상에는 25만 종 이상의 식물이 저마다 꽃을 피우고 색깔과 향기와 아름다운 모양으로 사람들의 몸과 마음과 영혼까지도 사로잡는다.

 

나라마다 국화를 정하는 이유는 꽃이 부여하는 상징성을 통해 애국심을 고취시키려는 데 이유가 있다. 꽃은 저마다 독특한 의미와 상징을 띠고 있다. 


꽃은 신(神)이 만든 창조물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 꽃은 신화 속에서 탄생과 부활, 희망과 생명을 상징한다. 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신화와 전설에 등장하고, 요람에서 무덤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치르는 거의 모든 경조사(慶弔事)에 빠지지 않는다. 

 

 

천 번을 보아도 싫증나지 않는 꽃

우리 선조는 해마다 철 따라 피는 꽃과 더불어 살면서 꽃 문화를 형성해 왔다. 봄에 꽃을 바라보면서 시(詩)를 읊었다.

 

‘世世年年花相似(세세년년화상사), 世世年年身心人不同(세세년년신심인부동)이라’ 즉, ‘해마다 꽃은 똑같이 피는데, 사람의 몸과 마음은 똑같지 않네’라는 뜻이다.

 

조선 시대 사대부들은 꽃에 화품(花品)을 부여하고 “시(詩)를 지을 때 꽃을 보지 못하면, 붓을 들어도 아름다운 글을 쓸 수가 없고, 뜰에 떨어진 꽃잎을 쓸지 마라”고 했고,

 

구한말의 시인 매천(梅泉) 황현(黃玹)은 “꽃은 천 번을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라고 할 정도로 꽃을 사랑하는 애화가(愛花家)였다. 봄이면 온천지가 매화, 개나리, 벚꽃 같은 아름다운 꽃으로 장식된다.

내가 꽃을 감상하는 법은 매화는 반쯤 피었을 때, 배꽃은 가까이에서, 복사꽃은 멀리서, 이팝나무 꽃과 벚나무는 활짝 필 때와 떨어져 바람에 휘날릴 때다.

 

가히 환상적인 풍광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토종 벚나무는 우리 민족과 역사를 함께해 온 나무다.

 

‘결백’, ‘정신의 아름다움’ 같은 꽃말을 지녔으며, 4월 꽃봉오리가 터지기 시작해 일주일 정도 지나면 꽃잎이 산들바람에 휘날리며 하나하나 떨어지는 모습이 가히 장관이다.

 

우리 땅에서는 전 지역에 벚나무가 자생한다. 봄마다 온천지를 화사하게 장식해 주는 벚나무는 산에서 자생하는 산벚나무 외 왕벚나무, 올벚나무, 섬벚나무, 겹벚나무, 수양벚나무, 개벚나무 등 종류가 많다.

 

보통 사람들은 구별하기가 어려워서 통틀어 벚나무라 부른다. 

 

 

서울 남산타워와 벚꽃

 

왕벚나무 자생지는 일본이 아닌 제주도

일본인들은 아직도 우리나라 토종 왕벚나무를 일본에서 수입한 것이라 떠들고 있는데, 왕벚나무는 제주도와 전남 해남이 자생지다.

 

제주도에 선교사로 온 프랑스의 타게 신부는 1908년 4월 15일 한라산 북쪽 관음사(觀音寺) 부근의 숲속에서 왕벚나무를 발견했고,

 

1912년 독일인 식물학자 퀘흐네(koehne)는 세계 학계에 정식으로 학명을 등록시켜 제주도가 왕벚나무 자생지임을 알렸다.

 

산벚나무는 꽃이 필 때 잎이 동시에 나오고, 올벚나무는 꽃을 가장 먼저 피우고, 섬벚나무는 꽃 색이 유난히 연한 흰색에 가깝다. 보통 벚나무는 6월에 열매가 익지만 왕벚나무는 10월에 여문다.

그리고 일본에서 관상용으로 개량된 사쿠라 즉 겹벚나무는 5월 초에 분홍색 겹꽃이 잎이 나오기 전에 먼저 핀다. 일본 왕벚나무는 일본어로 ‘사쿠라(さくら)’ 또는 ‘동경앵화(東京櫻花)’라 부른다.

 

현재 벚나무는 다른 품종을 접붙여 200종이 넘게 개량되었다.

 

벚나무 목재는 탄력이 있고 치밀해 건축 내장재나 가구재 또는 장판에 적합하다. 고려 때 만든 합천 해인사의 팔만대장경판의 60% 정도가 산벚나무로 만들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지금은 꽃나들이 할 때!

벚나무의 자랑은 꽃과 열매다. 벚나무 꽃은 몸과 마음을 해독해준다. 왕벚나무 껍질에서 ‘사쿠라닌’ 물질을 뽑아내 만든 기침약이 ‘프로틴’이다.

 

벚나무 열매인 버찌로 발효액을 만들 때는 6~7월에 검게 익은 열매를 따서 용기에 넣고 재료의 양만큼 설탕을 붓고 100일 정도 발효시킨 후에 발효액 1에 찬물 3을 희석해서 음용한다.

 

한방에서 벚나무의 가지 껍질을 말린 것을 ‘화피(樺皮)’라 부른다. 호흡기 질환에 다른 약재와 함께 처방한다. 민간에서는 변비에 속 씨 4~8g을 달여서 먹는다. 피부소양증에는 약재를 달인 물로 환부를 여러 번 닦아 낸다.

 

 

코로나19가 창궐해도 해마다 꽃은 어김없이 피어난다. 올벚나무는 벚나무 중 꽃을 가장 먼저 피우고, 울릉도에서만 자라는 섬벚나무는 꽃 색이 유난히 연해 흰색에 가깝다.

 

가끔 매화와 벚꽃을 구분할 줄 모르는 이가 있는데, 긴 꽃자루에 있으면 벚꽃, 가지에 붙어 있으면 매화다. 벚꽃이 떨어지면 그 자리에 버찌(열매)가 열린다.

 

4월 초면 벚나무는 제주도에서부터 남부 지방을 거쳐 중부지방까지 장관을 이룬다. 우리나라는 최근 지자체들마다 축제와 도시 미화를 위해 공원 산책로나 도로의 가로수로 벚나무를 많이 심는다.

벚꽃으로 가장 유명한 경남 진해를 비롯해 서울 남산의 순환산책길과 여의도 윤중로 벚꽃길, 송파 유원지, 양재천변이나 양재시민의 숲, 강릉 경포대, 경주 보문호 등 전국의 벚꽃 명소는 올해도 벚꽃이 만개해 코로나로 지친 이들에게 웃음을 줄 것이다.

 

어느새 반목과 고통으로 점철되었던 겨울이 저만치 물러가고, 꽃과 신록의 계절이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왔다. 우리나라 금수강산에 아름답게 피어난 들꽃과 지자체의 여러 꽃 축제를 찾아 몸과 마음을 다스려 삶의 질을 높여야 할 때다. 

 



출처 : 사람과산(http://www.sans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