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리(ISRIZ·한국 통일형 벼를 이용해서 만든 새로운 품종)가 세네갈 모든 사람들에 내린 축복입니다. 이스리가 함께 하는 한 우리는 쌀에 관해 더 이상 다른 나라를 부러워할 이유가 없습니다."(은다에 씬 뚜레·여성단체 리페드 코디네이터)
대서양 연안 서아프리카의 가장 끝에 위치한 세네갈(Senegal)은 최근 몇 년전까지만 해도 심각한 식량부족에 시달렸다. 쌀이 주식임에도 자급률이 낮아 50%이상을 외국 수입쌀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나라꽃인 국화가 '벼'일 정도로 농업에 대한 애정과 갈망이 컸지만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농업기술과 토양여건 등은 불비했다.
세네갈 정부와 국민의 절박함은 갈수록 더했다. 식량문제 해결이 최우선 국정과제가 되면서 급기야 한국 농촌진흥청에 도움을 요청했다.
농진청이 카파시(KAFACI)를 통해 2016년 '아프리카 벼 개발 파트너십 사업'에 뛰어든 배경이다. 2010년 7월 출범한 카파시는 한국과 아프리카 23개국이 참여하는 한-아프리카 농식품 기술협력회의체다.
농진청은 국제기구인 아프리카벼연구소(Africa Rice Center)와 함께 아프리카 현지에 맞는 다수성 벼 품종을 개발·보급중이다.
품종 육종기간을 단축시키는 기술 전수도 병행하고 있다. 유전자원 교환과 연구원들의 역량제고에도 힘쓰고 있다. 세네갈 등 3개 국가에서는 이미 이스리 등 5개 신품종을 보급품종으로 등록했다.
이스리 품종은 한국의 녹색혁명을 가져온 통일형 벼 중 아프리카 기후에 적합한 계통을 선발해 만들었다. 세네갈 대표 품종인 사헬(Sahel) 보다 ha당 2배의 수확량을 자랑한다. 2018년 시범적으로 출하된 이스리는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 지면서 사헬보다 kg당 14%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K-농업기술'은 아프리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아프리카의 농업문제 해결을 위한 카파시(KAFACI)가 있다면 아시아대륙은 '한-아시아 농식품기술협력협의체(AFACI·아파시, 13개국)', 중남미지역은 '한-중남미 농식품기술협력협의체(KoLFACI·콜파시, 12개국)'를 통해 지역별 현안에 대처하고 있다.
카파시는 다수성·병해충 저항성 벼 품종 개발을 중심으로 아프리카 식량문제에 집중하고 있고, 아파시는 기후변화를 주제로 한 각국의 공동대응 노력과 농산물 안전문제 해결에 역점을 두고 있다. 또 콜파시는 중남미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적정 물관리 시스템 구축 등 소농의 농업생산성 향상에 촛점을 맟주고 있다.
국제기구 형태의 다자간 농식품 기술협력 협의체인 '3-FACI'(카파시·아파시·콜파시)가 다자간 연구개발(R&D)을 통해 대륙별 공통 농업문제 해결을 주도한다면 농진청의 해외농업기술개발(KOPIA·코피아) 사업은 개도국 현지에 농업기술전문가를 파견해 국가별 맞춤형 농업기술을 개발·실증·보급하고 있다.
코피아센터는 현재 22개국(아시아 8개국, 아프리카 7개국, 중남미·CIS 7개국)에 설치돼 있다. 코피아 에콰도르센터는 감자 생산성 향상을 위한 농업기술 보급과 농민조합 결성 등을 통한 주민소득 제고에 기여하면서 2020년 유엔 산하 '팩트 글로벌 레드 에콰도르 네트워크'로부터 빈곤퇴치 분야 공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최근 이같은 농진청의 활약에 주목하고 카파시와 코피아 사업 2개를 글로벌 공공부문 정부혁신 우수 사례로 선정했다. 또 OECD 공공혁신전망대(OPSI) 누리집을 통해 각국 농업전문가들이 이같은 성과를 공유토록 했다.
K-농업기술은 글로벌 무대에서 정평이 나 있다. 국제기구인 기후변화협약(UNFCCC)은 기술전문보고서를 통해 아파시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와 함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노력을 국제협력 우수사례로 소개했다.
또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농진청이 아시아 13개국과 공동 제작한 토양 유기탄소지도 데이터를 'FAO 글로벌 토양 유기탄소지도(Global Soil Organic Carbon map)'에 공식 반영해 탄소중립 정책 수립에 활용토록 했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농업 분야 지식공유 가이드북'과 2020년 연보에서 농진청의 농업기술와 개발협력 현황을 자세히 소개한데 이어 우즈베키스탄 등 개발도상국의 역량강화 사업에 농진청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했다.
권택윤 농촌진흥청 기술협력국장은 "앞으로도 식량안보, 기후변화 대응 등 국제사회 공동번영을 위한 농업기술 혁신에 주저하지 않겠다"며 "한국의 농업기술과 연구역량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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