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의 이상한 계산법, 소득인정액]
수입 없어도, 공시가 13억 집 있으면 사실상 탈락
4000만원 넘는 차도 소득 인정... 자격 날릴 수도

'기초연금 감액을 피하려고 위장이혼을 하는 경우까지 있다.'
지난 3월 16일 이재명 대통령이 SNS에 직접 올린 말이다.
이런 일이 생긴 것은 부부가 '검은 머리 파 뿌리 될때까지' 함께 늙으면, 즉 '해로(偕老)'하면 손해인 구조 때문이다.
현행 기초연금에는 부부가 함께 받으면 각자에게서 20%씩 깎는 조항이 있다.
이 때문에 혼자 받으면 단독 가구 기준으로 최대 34만9700원을 받을 수 있지만
부부가 동시에 받게 되면 1인당 27만9760원, 합쳐서 55만9520원만 받게 된다.
기초연금, 생각보다 훨씬 많이 받는다.
자녀들의 이런 질문은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기초연금은 만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 하위 70%에게 지급한다.
기준이 되는 것은 '소득인정액', 즉 실제 소득과 재산을 일정 공식으로 합산한 값이다.
소득인정액이 기준 이하면 수급 자격이 생긴다.
2026년 소득인정액을 기준으로 단독가구는 월 247만원 이하, 부부가구는 월 395만2000원 이하면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얼마를 벌어도 받을 수 있나 — 소득인정액의 구조
기초연금은 단순 소득이 아니라 소득인정액(월 소득평가액 + 재산의 소득환산액)을 기준으로 계산된다.
일을 계속 하라는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실제 소득보다 낮게 계산된다.
△일하면 깎아주는 소득
소득 부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근로소득 공제다.
일해서 번 돈은 먼저 116만원을 빼주고 남은 금액에서 30%를 또 공제한다.
한달에 200만원을 번다면 '(200만원 - 116만원) × 0.7 = 58만8000원'만 소득으로 잡힌다는 뜻이다.
근로 활동을 장려하자는 취지에서 공제폭을 크게 제공한다.
그러나 공제 폭이 커서 역설적인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근로소득만 있고 재산이 없다면 이론상 월 400만원 이상을 벌어도 소득인정액이 기준선 아래로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사업소득, 재산에서 나오는 임대·이자 수익, 국민연금 같은 공적이전소득도 소득평가액에 포함된다.
△냉정하게 계산되는 재산
재산 부분은 일반 재산, 금융 재산, 부채 등을 종합해 계산된다.
지역 기본재산 공제액
대도시(특·광역시 등) 1억3500만원
중소도시 8500만원
농어촌 7250만원
금융재산(예금·적금·주식·보험 등)은 2000만원을 공제한 뒤 같은 방식으로 더해진다.
4000만원을 초과하는 자동차는 차량 전체 가액이 재산으로 잡히니 주의해야 한다(단, 10년 이상 된 차, 생업용, 장애인 차량은 제외).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본인이나 배우자가 공무원연금·군인연금·사학연금·별정우체국연금을 받는다면 기초연금을 받을 수 없다.
노인 10명 중 4명은 빈곤 — 그래도 제도는 너무 넓다?
기초연금이 필요한 사람들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고령자 통계를 보면, 66세 이상의 상대적 빈곤율은 39.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다.
수치상 일하는 노인은 많다.
그러나 단순노무직(34.6%)과 농림어업(23.3%)에 몰려 있고, 연금을 받는 비율은 90.9%지만 평균 수령액은 월 69만5000원에 그친다.
문제는 이 제도가 넓어지면서 정작 돈이 필요한 빈곤층과 그렇지 않은 중산층이 거의 같은 금액을 받는다는 점이다.
올해 기초연금 예산은 국비·지방비 합산 27조4000억원으로, 단일 복지사업으로는 최대 규모다.
세 가구 이야기 — 누가 받고 누가 못 받을까
실제 계산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서울 사는 맞벌이 66세 김씨 부부
부부 합산 실수입 470만원, 그래도 기초연금 받는다
남편은 아파트 경비원으로 월 200만원을 받고 국민연금도 90만원 나온다.
서울 아파트 공시가격은 6억원, 예금도 8000만원이 있다.
얼핏 보면 기초연금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
근로소득은 먼저 1인당 116만원을 빼고 남은 금액의 70%만 잡는다.
재산도 공제 후 연 4%를 월로 나누는 방식이다.
재산환산액 합계는 175만원이다.
둘을 더하면: 소득인정액 377만6000원. 부부 기준 395만2000원에 17만6000원 여유가 있다. 두 사람 다 기초연금을 받는다.
▶'모두 은퇴' 서울 70대 이씨 부부
부부 수입 제로, 그런데 기초연금 못 받는다
같은 서울에 사는 70세 이씨 부부.
소득평가액은 0원. 문제는 재산이다.
아파트 13억에서 서울 공제 1억3500만원을 빼면 11억6500만원. 여기에 연 4%÷12를 적용하면 월 388만3000원.
예금 5000만원에서 2000만원을 빼면 3000만원, 여기에도 연 4%÷12를 적용하면 월 10만원이 나온다.
소득은 0원이지만 소득인정액은 398만3000원.
▶소득도 자산도 '보통'인 68세 박씨 부부
외제차 한 대가 수급 자격을 날린다
남편은 아파트 관리소에서 일하며 월급 145만원을 받고, 국민연금도 130만원이 나온다.
소득평가액: 남편 근로소득 (145만-116만)×0.7 = 20만3000원 + 국민연금 130만원 = 150만3000원
재산환산액: 아파트 240만원 + 예금 3만3000원 = 243만3000원
소득인정액: 393만6000원 → 기준 395만2000원까지 1만6000원 여유
자격이 된다.
소득인정액이 393만6000원에서 411만6000원으로 뛴다.
차 한 대가 기준선 1만6000원 여유를 16만4000원 초과로 바꿔버린다.
'자녀가 비싼 차를 사면 부모 기초연금이 끊긴다'는 이야기가 여기서 나온다.
이 제도가 바뀌면 뭐가 달라지나
정부와 정치권은 '평균의 함정'을 해결하기 위해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다.
복지부는 국회에 제출한 계획안에서 소득 하위 40%에 해당하는 노인 부부를 대상으로
현재 20%인 감액률을 2027년까지 15%, 2030년에는 10%까지 단계적으로 줄여나갈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부부 감액 제도를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완전히 폐지하는 법안이 발의돼 논의 중이다.
부부 감액이 줄거나 없어지면 당장 수급자 부부의 손에 들어오는 돈이 달라진다.
감액률이 20%에서 10%로 줄면 1인당 약 34만9700원의 90%, 즉 31만4730원으로 늘어나고부부 합산으론 62만9460원이 된다.
완전 폐지되면 부부 각자 34만9700원씩, 합산 69만9400원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동시에 꺼낸 '하후상박' 개념은 다른 변수를 추가한다.
지금은 소득 하위 70%라면 재산 규모와 무관하게 거의 같은 금액을 받는데,
앞으로 증액분을 더 가난한 노인에게 집중한다면 같은 수급자 안에서도 받는 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
기초연금의 '보편 급여' 성격이 바뀌는 셈이다.

기초연금보다 더 좋은 것은 미리 준비하는 것
그러나 가장 좋은 것은 미리 미리 노후를 대비하는 것이다.
하지만 구조는 분명하다.
기초연금은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는 ‘바닥’이다.
실제 노후 생활 수준은 국민연금과 개인이 준비한 자산이 결정한다.
국민연금 평균 수령액은 약 60만원 수준이다.
다만 100만원 이상 수급자가 100만명을 넘었고, 200만원 이상 받는 경우도 9만1000명을 넘어섰다.
가입 기간과 납입 규모에 따라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기초연금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노후의 차이는 결국 미리 쌓아둔 연금에서 벌어진다.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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