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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척박산] “국립공원 지정, 지역사회 합의가 우선”

장 불재 2025. 2. 5. 13:14

 

1967년 지리산이 제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2023년 팔공산까지 총 23개의 국립공원이 지정됐다. 하지만 국립공원 지정 과정 중의 잡음, 그리고 지정 이후 벌어지는 갈등의 조정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금정산이 24번째 국립공원 승격이 유력한 현 상황에 정책적으로 보완할 지점이 있다는 주장이다.

상지대 국립공원학과 이정우 석사의 학위논문 <국립공원 신규지정 과정 분석에 기초한 공원지정 개선방안 연구>에서 이러한 상황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이 연구는 21세기 이후 국립공원이 된 무등산(2013년), 태백산(2016년), 팔공산(2023년)의 지정 과정을 분석하며 문제점을 살펴봤다.

먼저 연구에선 해외 국립공원 지정 기준을 토대로 우리나라 국립공원 지정 기준이 부실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로 ‘지역사회와의 합의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과 ‘규모 기준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은 ‘인간정착, 지방 관습, 생활, 신앙 등 전통 사회생활과 연계’되는 지역, 미국은 ‘주변 지역의 이용 잠재력, 토지 소유, 위협 요소 등 타당성 기준 마련이 가능한 곳’,

 

영국은 ‘지역사회 경제적, 사회적 복리 조성을 도모하고 토지관련 사회적 충돌 시 보존에 우선순위를 둘 수 있는 곳’ 등을 각각 자연공원 지정 시 고려해야 할 기준으로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이를 거의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 일단 국립공원으로 지정을 밀어붙이고 나면 즉각 그곳에 터를 잡고 살던 사람들에게 자연공원법에 의거해 가혹한 행위규제를 한다.

 

일상생활이나 경제생활은 물론이거니와 건물 수리도 함부로 할 수 없다. 허가제다. 사유재산권 제한이 필연적이다. 반면 일본은 전체 국정공원 중 26.2%를 ‘보통지역’으로 설정해 두고 이곳에선 신고만 하면 일상 활동이나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규모의 기준도 없다. 국립공원 내 생태계가 완전하게 유지되기 위해선 어느 정도 넓은 면적이 필요하다. 이에 영국은 600㎢, 일본은 300㎢ 등 최소 면적을 정해 두고 있지만 한국은 명확한 기준이 있지 않다고 한다.

이외에도 공원 경계를 설정할 때 생태기반평가가 절대적 기준으로 활용되지 못한다는 점, 사유지 토지매수 제도가 현실적으로 운영되고 있지 못하다는 점,

 

자연공원법이 공원시설 설치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어 현장 수요에 맞춰 설치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 산림유전자원보존구역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려고 할 때마다 산림청과 갈등을 빚는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한편 현재 가장 유력한 국립공원 승격 후보인 금정산의 경우 공원구역 내 사유지 비율이 굉장히 높다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팔공산이 약 54%였는데 금정산은 80%가 넘는다고 한다.

팔공산의 경우 국립공원 지정 당시 사유지 소유자들을 대상으로 토지매수 제도를 강력한 설득 수단으로 삼았고, 이게 유효했다.

 

어차피 자연공원법 때문에 처분이 어려운 토지들인데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매년 꾸준히 집행되는 토지매수 제도를 통해 팔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것. 국립공원 내 사유지 판매 신청은 2020년 782건에서 2024년 1,662건으로 2배 이상 늘어난 상태다.

하지만 금정산에서 같은 설득이 통할지는 미지수다. 변수가 생겼다. 국립공원 내 사유지 매입 예산이 2023년 700억 원에서 2024년 200억 원, 2025년 223억 원으로 급감했다.

 

2024년 매입면적은 2023년의 9분의 1수준인 2.7㎢에 불과하다.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 논의가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해선 관련 법제도와 행정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