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2025세상사는이야기

백두대간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산맥이라고?

장 불재 2024. 9. 3. 08:52

구글에서 한반도 산줄기인 ‘백두대간’을 검색하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산맥이라고 소개되고 있어 산악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시작돼 금강산, 설악산을 거쳐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로 우리 민족 고유의 지리인식체계에서 비롯된 개념이다.

 

한반도를 지탱하는 골격이자 등줄기로도 불린다. 총 거리는 산림청의 경우 1,400km, 지도전문가들은 약 1,650km로 추산하고 있으며 이 중 남한에 속한 백두대간은 약 700km다.

이처럼 산림청 기준으로 보자면 백두대간의 약 절반이 엄연히 대한민국에 속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글은 이를 북한의 산맥이라고 소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접속 IP 국가를 해외로 바꿔도 마찬가지다. 다만 검색을 반복하다보면 간혹 첫 설명글이 아시아의 산맥으로 변경되기도 하는데, 자동완성 검색어는 시종일관 백두대간을 북한의 산맥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구글에서는 이처럼 여러 나라에 걸쳐져 있는 산맥이나 자연 지형을 특정 나라의 것으로 한정해 소개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이런 지형들은 해당 대륙의 이름을 따서 설명된다.

 

가령 히말라야산맥은 아시아의 산맥, 안데스 산맥은 남아메리카의 산맥, 알프스산맥은 유럽의 산맥인 식이다. 이들 모두 자동완성 검색어부터 검색 후 첫 설명글이 일치하고 있다. 

여러 나라를 지나는 거대한 산맥이 아니라 백두대간처럼 2개 국가에만 걸쳐 있는 산맥들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으로 프랑스와 스페인 사이에 솟아 있는 피레네 산맥 또한 양국 어딘가에 속한 산맥이 아닌 유럽의 산맥으로 나온다.

 

또한 나일 강도 아프리카의 강, 아마존 강도 남아메리카의 강이다.

 

그런 의미에서 백두대간을 북한의 산맥이라고 표기하는 현 상황은 기이하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미 이 상황을 백두대간인문학연구소 김우선 소장이 6개월 전에 인식하고, 시정 요청까지 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고쳐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김 소장은 올해 2월 백두대간이 구글에서 북한의 산맥으로 표기되고 있는 것을 파악한 뒤 구글에 온라인 절차에 따라 해당 문제를 시정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조속히 처리되지 않자 이번엔 주샌프란시스코총영사관에 연락해 미국에 위치한 구글 본사와 직접 접촉해 이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전했다. 

 

김 소장은 영사관으로부터 “실제로 구글에 ‘백두대간’ 또는 ‘Baekdudaegan’ 검색 시 ‘조선민주주의공화국의 산맥’ 또는 ‘Mountain Range in North Korea’로 결과가 나타나 오류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에 우리 총영사관은 구글 본사와 접촉해 상기 검색 결과에 오류가 있음을 알리고, 이를 수정해 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라는 답신을 받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구글에선 백두대간을 북한의 산맥으로 소개하고 있다. 김 소장은 “기존에는 북한의 산맥이라고만 하다가 수정 요청을 하자 아시아의 산맥으로 바뀌었는데, 이는 핵심을 흐리는 의도로 '한반도의 산맥'이라고 해야 한다.

 

백두대간을 사랑하는 많은 산악인들이 분노하고 있다”며 “구글 측은 즉각적인 해명은 물론이고 사과 및 수정과 더불어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