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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연재 l 등산이야기 2회 l 등산에 대하여 알아할 것은

장 불재 2024. 7. 18. 14:22

l 필자 김경수 ㅣ경승산악회 창립회원, 대한 산악연맹 학술편집위원, 제6회 산악문학상 소설부문 수상, 한국스토리문인협회 소설동인회장, 네팔 메라피크(6,450)등정, 일본 동계북알프스 2회 등반 등산악활동과 글쓰기를 꾸준히 하고 있다.

 

 

 

 

잘 걷기란? - 보행법

등산의 실질적인 행위는 걷는 것으로 시작해서 걷는 것을 멈추는 것으로 끝낸다. 우리는 대게 주력(走力)이 좋다는 것으로 잘 걷는 것을 표현한다.

 

때론 주력을 교묘히 주력(酒力)으로 바꾸어 술을 마시는 핑계로 삼기도 하지만 잘 걷는다는 것만큼은 산에서 필수적인 것임은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다. 


지난 호에 소개한 바와 같이 향후 바라는 등산 활동(복수응답)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가장 원하는 것이 오래 걸어도 피곤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응답(48%)이었다고 하니 선천적으로 잘 걷는 것보다 어떤 방법으로 걸어야 오래 걸어도 피곤하지 않을 수 있는지를 잘 생각하고 훈련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필자가 겪어온 바에 의하면 선천적으로 잘 걷는 사람보다 어릴 때 시골에서 자라 그만큼 걷는 훈련이 많이 된 사람이 유리하다는 것이 절대적이다.

 

이는 어릴 때부터 하체에 대한 체력이 길러져서라는 해석도 가능하지만 그보다는 어릴 때 스스로 잘 걷는 방법을 터득했다는 것이 더 옳은 개념이 된다고 본다.


필자 같은 경우는 고등학교 때 유도부에 들어가 인위적인 체력 훈련을 통해 기초체력을 다진 경우이다.

 

유도라면 사람을 집어 던지는 기술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지만 그 던지는 기술을 구사하기 위한 기본적인 힘은 하체에서 나오므로 처음 입단할 때나 졸업할 때까지 하체운동은 기본이었다.

 

그래서 졸업하고 나서는 다리를 꼬고 앉을 수 없을 만큼 다리가 굵었다. 그리고 산에 다니면서 주력에서는 남에게 뒤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근육은 역시,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위치 되기 일수이다. 매일 2킬로미터 이상 걷기를 꾸준히 하거나 하체운동을 포함한 운동을 30분 이상 매일 빼먹지 않아야 유지가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어릴 때 단지 체력적인 훈련만 되었다는 것은 그 체력을 어른이 될 때까지 지켜야 유효한 것이다.

 

필자가 거론한 사람들은 그리 부지런하지도 않았거니와(?) 나름대로는 체력관리에 상당히 게으른(?) 사람들이었기에 단지 체력 유지만으로는 말하기가 어렵다. 결국 요령의 문제이며 어떻게 훈련되어 체득되었는 지가 중요한 것이다.

 

 

걷는 방법이란? - 신체적인 습관 만들기

앞으로도 늘 강조하겠지만 등산에서 잘 할 수 있는 요령이란, 혹은 공식이란 것은 따로 없다.

 

자기 자신의 체격이나 체질에 잘 맞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게 체득하는 것이 바로 자신만의 등산법이 되는 것이며 그것을 위해서는 끊임없는 연구와 고민이  필요하며 실천하여 만족하거나 만족할 때까지 방법을 바꾸면서 시행착오를 겪어가야 비로서 자신의 것을 소유할 수 있게 된다.

 

그런 면에서 등산은 머리가 영리한 사람이 튼튼한 사람보다 유리하다.(왜 머리가 영리해야 하는 가는 계속 나오므로 잘 생각하기 바람) 너무 막연하므로 매주 산에 거르지 않고 오르는 경우를 들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3년 안에 자신의 걷기 방법을 체득하고 그것이 평생 갈 것이다.


 

 

지난 1월호에서 언급한 것에 더하여 경험 있는 산악인들이 말하는 기본적인 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보폭 유지에 신경 써라.-오르막에서는 좁게 평지라면 최대 보폭을 활용할 것.


보폭은 사람마다 다르다. 앞으로 나간 발의 뒤꿈치와 뒤에 남은 발의 엄지발가락 끝의 거리를 보폭거리로 칭한다. 그러니 다리 길이에 따라 혹은 걷는 방법에 따라 보폭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너무 막연하므로 키가 170센티미터인 성인 남자를 기준으로 하면 55센티미터에서 60센티미터가 된다. 
키가 커서 보폭이 크면 그만큼 유리하다.

 

하지만 발걸음 수로 따지면 더 적게 걷지만 키가 크다는 것은 몸무게가 그만큼 많이 나간다는 뜻이므로 체력소모가 커져서 꼭 유리하다고만 할 수는 없다.(배낭 하중이 전혀 없는 경우)


등산을 꾸준히 하고 싶다는 자신의 보폭 정도는 알아두는 것이 나쁘지 않다.(몰라도 된다는 뜻) 보폭은 최소한 30걸음 이상 딛고 발바닥 길이를 빼서 30으로 나눈 평균으로 구한다.(더 많이 걷고, 더 여러 번해서 평균치를 구하면 그 만큼 나아질 수 있음)


이 경우는 걸음걸이와  보폭을 입력하여 총 보행거리를 자동으로 계산해주는 만보계를 쓰면  상당히 유용하다. 그렇지 않은 경우 괜한 도상거리(도면상의 거리)를 가지고 자기보폭을 계산하는 방식은 별로 쓸모가 없다. 


도상거리의 경우 대게 직선거리를 표시하는 경우가 많고 보다 정밀하게 하기 위해 거리측정기(한쪽에 바퀴를 굴려 길을 따라 회전시키며 거리를 계산하는 기기)를 쓴다고 해도 표고차가 발생하는 탄젠트비만큼의 거리까지 세밀히 반영한 경우는 거의 없으므로 등산로의 거리에 대한 정보를 미리 조사해서 자신의 보폭수로 나누어 산행 계획을 짜는 것은 비효율적인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보폭을 설정하는 행위는 어디까지나 참고적인 경우이고 계산 가능한 만보계를 사용하여 실제 거리를 기록으로 남겨 차후 도상거리와 비교하는 행위를 반복함으로써 다음 등산시간 및 체력 소모를 예측하는 정도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폭조정은 오르막길이나 평지, 그리고 내리막길에 따라 다르다. 
오르막의 경우는 보폭을 짧게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동차로 치면 저단 기어를 넣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력의 하중을 받고 등산의 처음단계가 오르막이기 때문에 많은 체력소모가 들고 이에 따라 짧게 가는 것 바람직하다.

 

대게의 일반적인 등산로에서 급경사를 만나면 돌계단이 만들어져 있거나 요소요소에 철계단이 만들어져 있어 보폭이 이미 정해진 것처럼 되어 자기도 모르게 그 계단에 보폭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

 

혹은 일반 등산로조차도 마치 딛어야 할 위치가 정해진 것처럼 대다수의 사람들이 디뎌 놓은 자리를 자연스럽게 딛는 경우를 겪는다. 하지만 원래 디뎌야 할 자리라는 것은 없다.

 

올라야 할 경로를 먼저 자세히 관찰하고 오르면서 체력을 가늠하고 경우에 따라 중간지점을 디딜 필요가 있다면 여러 번 딛게 되더라도 그렇게 하는 것이 덜 지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등산로의 페이스에 따라가지 말고 자신의 페이스를 만들라는 뜻이다. 


평지의 경우는 고속도로를 만난 경우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최대보폭으로 벌려주는 것이 유리하다. 최대보폭은 가급적 일직선을 그어 그 선을 딛는다는 생각으로 걸어야 한다.

 

다시 말해 팔자걸음처럼 발이 바깥쪽으로 벌어지지 않게 해야 같은 걸음을 걸어도 걸음수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 때 조심할 것은 신났다고 너무 양껏 벌리다가 작은 장애물(돌뿌리나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지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급적 생각을 통해  체득되게 해야지 너무 오버해서 나가지 말라는 뜻이다.


내리막의 보폭은 사실 일정치 않다. 내리막에서는 대게 긴장이 풀리는 것이 보통이지만 사실 가장 위험하고 조심해야 할 과정이 하산과정이다.

 

특히 오르막보다는 속도가 빨라지는 대서 오는 가속도까지 하중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그만큼 무릎이나 발목 등 관절에 무리가 올수 있으므로 하산 경로를 설정할 때 안전을 우선 염두에 두어여 하다.

 

특히 실족에 의한 낙상(落傷)을 경우에 따라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따라서 내리막을 만나면 욕심내지 말고 보폭도 상황에 따라 조절하며 디뎌야 한다.

둘째 발바닥 전체를 디뎌야 한다. 


오르막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발의 앞부분만 딛고 뒤꿈치를 허공에 띄우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근육의 피로도를 상당히 높이는 결과가 된다. 대게 오르막에서 디딜 곳의 공간이 작아 그런 상황이 비롯된다.

 

그때는 발을 사이드로 디디더라도 뒤꿈치까지 디뎌 하중을 충분히 뒤꿈치에서 해결해야 한다.

 

이는 한 두 걸음에서는 잘 모르지만 최소한 표고차 1,000미터 정도 되는 4시간짜리 등산을 하면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정확히 말하면 하산길에서 다리가 후들거리냐 아니냐로 구분되기 때문이다.

셋째 발바닥과 지면의 높이가 최소가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무릎이 올라가지 않도록 한다. 대게 오르막은 산행 시작단계에 만나므로 가장 힘이 넘칠 때와 같다. 따라서 의욕이 넘쳐나 동작이 크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좀 더 빨리 오르고 싶거나 괜한 과시욕(이 부분은 상당히 무시할 수 없는 심리적 장애임)이 앞서 무릎을 높이 들게 되는 경우가 많다.

 

무릎을 높이든다는 것은 발바닥이 지면에서 많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중력에 거스르는 행위가 되기 때문에 체력소모가 커지게 된다.

 

가능하다면 스타일에 관계없이 땅에 끌듯이 발바닥을 최대한 지면에 가까이 가는 버릇을 들이는 것이 유리하다.

넷째 오르막에서는 잔걸음으로 돌아가는 버릇을 들일 것.


사실 매 걸음마다 오르막이니까 보폭을 줄여야지, 발바닥을 전체로 디뎌야지, 발바닥 높이를 낮게 해야지 하는 등의 생각이 강박에 빠질 정도로 매 순간 의식을 강요하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하체보다 뇌에서의 열량소모가 더 크다는 것!) 물론 어느 단계를 지나 체득되기까지 생각을 집중하는 것은 중요하다. 다만 그보다 오르막을 만나면 잰 걸음으로 지그재그로 돌아 올라간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더 실효적일 수 있다.

 

즉 돌계단 길도 그렇고, 중간 중간 바윗덩어리가 놓인 길을 갈 때도 그렇다. 그냥 애돌아 간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차분한 마음으로 가는 것이 좋다. 특히 무거운 배낭을 멨을 경우 절대 시간에 쫓기지 말고 천천한 페이스로 꾸준히 올라가야할 경우 이런 방법이 효과적인 것을 알 수 있다.

다섯째 숨을 쉴 때 자신에 맞는 호흡법으로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걷기에서 힘든 것은 두 가지 경우가 있다. 하나는 숨이 차서 괴로우니까 못가는 경우와 다리에 힘이 들어 못가는 경우이다.  
대게의 경우는 숨이 차서 못가겠다는 경우가 먼저 온다.

 

물론 다리 근육이 전무하다시피 한 여성분의 경우는 다리 근육이 아파서 못 간다는 경우도 있지만. 따라서 다리운동을 통한 하체 단련도 중요하지만 걷기에서, 특히 오르막에서는 호흡조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호흡조절의 실패는 심장박동수가 빨라져서 오는 신체적 불안정도 문제지만 산에서 늘 고통스러워하는 갈증을 빨리 느끼는 문제도 있다.

 

그래서 꼭 필요한 수분보충을 위해 물을 마시기보다는, 과격한 호흡에서 오는 갈증과 진정을 위해 과다하게 물을 마시게 된다는 점이다.(이는 물 공급이 여의치 않은 여름 종주산행의 경우 조심해야 함)


걷기뿐만 아니라 등산 전체 활동을 통해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에 대한 제어 및 통제이다. 호흡조절은 그런 모든 제어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것으로 나름대로의 호흡법을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 보자면 고갯길 같은 고비에서 잠시 쉴 때 숨을 헉헉거리는 것이 아니라, 즉 말을 할 때 거친 호흡으로 말이 끊길 정도가 아니라 몇 번의 심호흡으로 5분 정도 지나 평상시 호흡 패턴으로 돌아 갈 수 있어야 하며 말을 할 때 호흡이 방해되지 않을 정도가 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냥 읽으면 간단할 것 같지만 실제 이 정도가 되려면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 필자 같은 경우는 ‘3단호흡’이라고 명칭을 붙인 호흡법을 쓴다.

 

(표현이 거창해서 그렇지 그냥 체득한 사람들도 많음) 호흡이 가빠오기 시작하면 코로 크게 두 번 연거푸 들이 마시고 입으로 길게 숨을 내쉬는 것을 걸음걸이와 속도를 같이하면서 꾸준히 반복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입으로만, 혹은 코로만 숨을 불규칙하게 쉬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급경사에서 눈이 쌓인 겨울에 무거운 배낭을 메서 힘에 겨울수록 이 방법이 속도를 줄이는 동시에 숨을 내쉴 때 한 다리를 오르막에 딛고 한 다리를 아래쪽으로 뻗어 잠시 쉬는 페이스는 레스트 스탭과 같은 경우와 같다.

여섯째 리드미컬하게 걷는 기분을 느낄 것.


운전을 해보면 알겠지만 가끔 소통이 잘 되는 도로를 달리면 ‘흐름을 탄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사실 아주 무거운 배낭을 멘 경우는 엄두를 낼 수 없지만 웬만한 워킹코스나 하산길에서는 마음을 가볍게 하고 몸을 좌우로 조금씩 모션을 주며 춤추는 기분으로 걷는 것을 늘 생각할 필요가 있다.

 

물론 ‘춤추듯 날렵하게 걷는다’ 는 경지까지 간다고 하면 그것은 분명 과장이다. 다만 흐름을 타듯이 걷는 기분을 늘 가지고 걸어보라는 것이다.

 

그것이 마지못해 끌려가듯 오르는 것보다 피로는 덜 느끼며 신체 리듬도 잘 따라가는 방법이 된다. 꼭 걷기만이 아니라 등산 전체 활동을 통해 중요한 것은 심리적인 부분도 크다.

 

힘들다는 말을 입에 달고 오르는 사람은 정말 맥이 빠져 빨리 지친다. 하지만 ‘이것쯤이야’하는 마음가짐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되뇌는 사람은 지쳐도 자기 체력만큼의 값어치는 하게된다.

 

등산에서 완전탈진에 따른 사망은 사실 있을 수 없다.(탈진에 의해 체내에 태울 열량이 없을 경우 사망은 주로 하이퍼 
써미아(장기냉각증)과 동시에 수반되어 사망에 이름) 죽기 전에 걷기를 멈출 수 밖에 없고 따라서 ‘죽을 때까지 걷는다’고 마음 먹고 걸어도 걷다가 죽는 경우는 없다.(돌발적 심장마비는 어쩔 수 없지만)


필자가 이렇게 까지 표현하는 것은 억지를 써도 신체적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분이라도 밝게 가지라는 것이다. 이러한 리드미컬한 걸음은 호흡법과 적당히 맞으면 의외의 효과를 보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과거의 현인들이 구사했다는 축지법은 정말로 땅을 짧게 끌어당겨 빨리 갔다기 보다는 걷기에서 보폭과 호흡과 리듬을 잘 조화하여 지치지 않고 다른 이들보다 빨리 목적지에 닿을 수 있는 결과를 보인 것이지 신통술로 치부하여 무조건 믿지 못하겠다는 생각을 바꾸는 것이 어떨까 싶다.

일곱 번 째 속도 조정과 휴식 타이밍을 잘 잡을 것. 하체를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해줘서 쥐가 나지 않게 할 것.


앞에서 걷기의 디테일한 부분을 설명했다면 이제는 전반적인 운행의 차원에서 설명할까 한다. 일단 걷기를 시작할 때, 즉 등산을 생각했다면 전체적인 길을 머릿속에서 조망할 필요가 있다.

 

가급적 자신이 오르내릴 길을 그때그때 지도를 꺼내볼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는 머릿속에서 그릴 수 있어야 하며  자신이 오를 산의 지명(고개마루나 봉우리 이름들)들을 외워두는 것이 좋다. 


더 좋은 방법은 지도를 보고 집에서 미리 등산을 해 보는 것이다. 인도어 클라이밍(in door climbing)이라는 개념이 바로 그런 것이다. 

 

가급적 지형도를 구해서 표고차를 따져가며 오르막과 내리막, 그리고 방향을 미리 따져보며 어디가 힘들 것인지, 어디가 휴식으로 적합한지를 공부하고 가는 것이다.

 

그것이 머리에 어느 정도 들어 있다면 구간에 따른 속도조절(등산에서는 속도계가 의미 없으므로 시간개념이 됨)이 가능하고 어디서 휴식할 것인가에 대한 결정, 그리고 얼마나 숴도 되는가를 가늠할 수 있다.

 

(자신만의 등산을 만들고 싶다면 리더되는 사람이 시키는 대로 하지 말고 의식만큼은 조금 앞서면서 자신의 판단을 검증하는 버릇을 들이는 것이 바람직함)  하지만 이 글을 쓰는 필자도 아직 정확히 말하기 힘든 것이 있다. 


그것은 휴식 장소를 정하는 문제인데 오르막 직전에서 쉬는 것이 나은가? 아니면 오르막 중간에서 쉬는 것이 나은가? 아니면 다 오른 정점에서 쉬는 것이 나은가 하는 선택의 문제이다.

 

이는 겪어본 사람마다 다 저마다 달라서 섣불리 어느 편이 더 좋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냥 필자의 경우를 적으라 한다면 나는 오르막 직전에 쉬고 오르막이 끝나고 내리막이 있는 고개의 경우 그냥 쉬지 않고 내려가는 선택을 하는 것이 몸에 익어있다.

 

나름대로는 오르기 전에 몸을 풀고, 다 오른 뒤에는 다리의 근육경직을 풀어 준다는 생각으로 내리막길을 좀 더 걷다가 쉬는데 사실 이 부분은 사람마다 자신에 맡는 페이스가 필요하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휴식 때는 하체나 어깨를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자주 해주는 것이 좋다.

 

다리에 쥐가 난다든지 다리가 풀려 하산 시에 후들거린다든지 하는 경우를 최대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자신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하는 것에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잘 걷기란 경제적인 운행을 한다는 뜻이며 경제적이란 체력소모를 최소화하는 것을 말한다. 등산을 마치기까지 어느 정도의 체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것은 매 동작마다, 그리고 매 순간의 선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걷기에서의 성공적인 등산이란 계획한 시간에 등정을 마치고 하산을 완료하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적으로 안내서에 나와 있는 시간이 일반 산악인의 보편적인 운행시간이다.

 

(물론 막상 다녀보면 일행 중 쳐지는 사람이 꼭 있기에 좀 빡빡하게 잡혀있다고 봐야함) 그보다 빨리 한다면 공공연한 기록도전이 될 것이고, 웬만하면 그 시간에 따라 산행을 마치면 그것이 베스트라고 생각해도 좋을 잣대가 된다.

 

하지만 전혀 그런 시간 안내가 없는 산을 오를 경우라면 자신이 세운 등산계획의 시간에 맞게, 너무 지치지 않게 운행하면 워킹은 성공이다. 


또한 실족을 조심하고 안전하게 걸을 것, 가급적 일몰 전에 걷기를 
끝낼 것을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

나는 이렇게 걸었다! - 행위가 아닌 사유의 기회

산에서 걷는다는 것은 단지 목적한 지점에 빠르게 안 지치고 안전히 도착한다는 기능적인 면만 강조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산에서 걷는다는 것은 자연을 접하는 행위이다. 그저 도심에서 포장된 길을 걷는 것과는 격이 다른 것이다. 
나는 산을 걸으면 많은 생각에 잠길 수 있어 좋다.

 

과거 다른 산에 갔던 추억을 꺼내는 것부터 내가 해야 할 일을 머릿속에서 정리해 본다든가, 아니면 지난날 살아온 과정에 대한 성찰과 앞으로 살아갈 길에 대한 계획도 그렇다.


산에서 걷으며 깊은 생각에 잠기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물론 처음에는 힘이 드니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자신만의 생각에 빠지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될 때가 있다.

 

1999년 지리산에서 나는 오른쪽 무릎인대가 늘어나 걷는 것이 고통스럽게 된 적이 있었다. 오르막길은 그런대로 견딜 만 했는데 내리막에서는 통증이 심했다.

 

장터목 산장에서 중산리까지 하산길에서 쉬엄쉬엄 나는 나의 삶을 반추하는데 집중했다. 기억이 나는 어릴 적 일본에서의 생활부터 어제까지 가급적 놓치는 날 없이 생각해내려 애썼다.

 

그러다보니 통증을 느끼는 것도 둔해졌고 나의 지난날을 뒤돌아보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산에서 걷는 것은 우리에게 사유할 기회를 주는 것과 같다. 절대 사유라고나 할까? 일상에서 과연 차분히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얼마나 있겠는가?

 

또는 자연의 풍광을 보며 감동을 되새기고, 자연의 섭리를 통해 우리네 삶을 비견하는 일이 어디 있을까? 


아니면 산에서의 걷기는 집중을 주기도 한다. 대게 지리산 종주처럼 긴 코스를 무거운 배낭을 메고 처음 오르다 보면 일행에 쳐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런 초보자에게 지리산 구경 잘했냐고 물으면 난색을 보이며 앞사람 뒷꿈치만 보았다고 푸념하는 경우를 보는 일이 종종 있다. 다시 말해 아무 생각 없이 걸었다는 것이 된다.

 

이런 무념의 상태도 인간의 정신건강에 유익하다 할 수 있다. 잡념을 지워버리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느 쪽이든 우리의 정신세계에 나쁜 것은 없다. 다만 내가 권하고 싶은 것을 이러한 상황을 잘 인식하고 자신에게 맞는 사유의 걷기를 하기 바라는 것이다.


걷기에서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아주 힘든 산을 오르고 내려오는 하산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리산이나 설악산에서 다 끝났다 싶은 지점에서도 교통의 해택을 받을 수 있는 곳까지 의외로 먼 길을 걷는 경우이다.


이런 걷기는 나도 반갑지 않다. 어깨를 짓누르는 배낭이 하중도 그 렇고 다리가 풀려 후들 거리는 경우도 그렇다.

 

더 볼 것도 없는, 일행과 함께 말을 섞는 것도 귀찮은 그런 상태가 끝이 없을 듯 이어진다. 


정말 지겹다는 생각에 다른 생각조차 하기 싫어지는 상황이다. 


나는 그럴 때 언제부턴가 이 길에도 끝은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냥 끝은 있으니까 꾸준히 가자고 그렇게 가다가 차가 있는 곳까지 도달했을 때의 즐거움만 생각하자고 되뇐다.

 

그리고 이보다 더 힘들었던 하산길이나 일상에서의 지겨웠던 업무들, 또는 군대생활처럼 암담했던 때와 비교해 보는 것이다. 그럼 의외로 견딜 만 하다. 


더 나아가 인생의 어떤 일이든 끝이 있다는 교훈을 몸으로 체득하게 된다. 이는 반대로 지겹고 어려운 일을 할 때 하염없이 길고 길었던 하산길도 언젠가는 끝나더라는 마음을 먹으면 힘든 일을 감당하는 자세도 편안해 진다.


산에서 얻는 것은 이런 것이다. 산과 일상을 때로 병치시키며 양쪽에서 견디기 어려운 일을 감당하게 해주는 맞상대의 처방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 다시 강조하고 싶은 것.

 

산에서의 걷기는 우리에게 사유할 수 있는 멋진 시간을 준다는 것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