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연재 ⃒ 등산이야기 5회
등산에 대하여 알아할 것은
필자 김경수 편집위원 ⃒
경승산악회 창립회원, 대한산악연맹 학술편집위원, 제6회 산악문학상 소설부문 수상, 한국스토리문인협회 소설동인회장, 네팔 메라피크(6,450)등정, 일본 동계북알프스 2회 등반 등 산악활동과 글쓰기를 꾸준히 하고 있다.
락 클라이밍 Rock climbing
사람은 앞으로 가도록 설계된 생명체이다. 그 설계를 절대신이 했든, 생명체의 순리에 따르든 신기하게도 모든 신체기관이 앞을 향한 구조로 되어 있다. 감각기관이 그렇고 관절이 그렇다. 사람은 앞으로 걸어간다. 그것이 편하고 뒷걸음치는 것은 불편하다. 우리는 이런 현상을 그냥 본능이라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사람들은 오르는 행동이 더 쉽게 설계된 생명체이다. 언듯 내려가는 것이 쉬울 것 같지만 힘만 덜 드는 것이지 내려가는 것은 신경쓰이지 않을 수 없는 행동이다. 따라서 내리막길에서 사 고가 많이 나고 발목이나 무릎관절에 대한 무리도 심하다. 특히 암벽등반을 해보면 그 차이를 실감한다.
오르는 행위는 자일(밧줄) 과 같은 등반보조용구가 없어도 가능하지만 하강같이 내려갈 상황에서 자일없이 클라이밍다운(맨손으로 바위를 잡고 내려가는 행위)을 한 다고 생각하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갓난 아기가 알아서 기어 다니고 걷고 나면 스스로 의자나 침대로 올라가는 경우가 더러 있다. 나는 이것도 본능으로 주어진 행동이 라고 본다. 인간을 앞으로 가고 위로 올라가는 진취성을 타고났다.
어쩌면 날 개가 없어 하늘을 날아갈 수 없는 것에 대한 절대신이 베풀어준 최 소한의 보상일지 모른다. 따라서 산을 오르는 것, 더 나아가 수직의 벽을 만나 오름짓을 하 는 것은 혹자가 말하는 미친짓이 아니라 본능과 신체구조에 충실한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그리고 등산행위는 그러한 본능을 실천하는 의지의 발현이다. 여기서는 전위예술이나 고도의 아크로바틱 (곡예)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타고난 본능에 충실한 정도를 다루고자 한다.(그 이상을 바라는 사람은 더욱 전문적인 서적을 찾을 것) 암벽등반은 인간에게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은 것을 요구하는 극단적 상황을 던져준다.
이를 위해 등반자는 용기, 담대함, 강인한 체력, 협동심과 희생정신, 정확한 판단력, 지구력과 인내심, 합 리적인 생각, 냉정함 등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하며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암벽등반이 갖는 매력에 빠지는 것이다. 그래서 가끔 우리들은 ‘뽕 맞았다’는 말을 즐겨 쓰는지 모른다. 여기서는 지면상 암벽등반에 대한 대체적인 개념을 위주로 설명하였다.
1. 암벽의 형태
1) 암벽의 각도
클라이밍, 즉 오름짓은 사람들이 더 이상 걸을 수 없을 만큼의 경사를 만났을 때 시도하는 행위를 말한다. 걸어 오를 수 있는 등판 각도는 30도 이상이 되면 어려워지고 45도 정도되면 신발의 마찰력에 따라 미끌어지기 시작한다. 이러한 암벽의 경사는 정도에 따라 다음과 같이 부른다.
➀ 슬랩(slab, 널빤지라는 뜻): 통상 60도에서 70도 정도의 바위
➁ 페이스(face, 얼굴이 맞닿는다는 뜻): 80도에서 90도 이하
➂ 직벽 : 수직
➃ 오버행(overhang, 매달린다는 뜻): 90도 이상 암벽등반은 암벽의 각도와 모양에 따라 등반의 자세가 달라지고 밸런스(균형)와 체력소모도 달라지기에 올라야 할 암벽의 모습에 따른 여러 가지 자세를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2) 암벽의 모양
슬랩 : 평평하고 너른 암벽 크랙 : 암벽에 갈라진 틈
밴드 : 암질이 달라 차별침식으로 띠처럼 형성된 바위턱
촉스톤 : 크랙에 낀 바위돌
릿지 : 좁게 생긴 바위능선 길
2. 암벽등반의 복장
암벽등반의 초기복장은 아노락(후드가 달린 통으로 입는 웃옷. 가슴 가운데 네 모난 주머니가 달렸다.)상의에 니커바지(무릎에서 마무리되는 반바지 형태)하의 를 입고 종아리를 덮는 스타킹을 신었다. 하지만 소재의 발달로 고 어텍스 소재의 윈드자켓을 걸치고 폴라티와 속옷을 입은 레이어시 스템의 복장이 보편화되고 최근에는 별도의 등반용 의료에 구애되 지 않고 스포츠나 레저용 의류가 워낙 잘 발달해서 일반화된 경향이 있다. 다만 등반은 고도를 조금이라도 높이는 행위이기에 같은 기온이라도 바람에 따른 체감온도가 낮아 방풍성과 땀을 배출하는 통풍성이 좋은 의류를 택해야 한다.
3. 암벽등반 장비
1) 하네스 : 여기서는 기본 장비만 소개하겠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하 네스(안전벨트)이다. 조악한 제품은 피하고 오래된 것은 새로 장만해야 한다. 대게 암벽등반장비는 가격을 따지지 않고 과감하게 검증 된 메이커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하네스는 바느질 마감이 촘촘하게 잘 되어있는지, 장비걸이가 잘 설치되어있는지를 살펴보고 특히 바클의 강도가 추락의 충격을 잘 견딜수있는 지를 고려해야 한다. 하네스는 허리 이하로 차게되는데 원래는 상단에도 착용하는 제품이 있었으나 활동성을 고려하여 하단만 착용하는 것이 대세로 되었다.
2) 자일(로프) : 우리말로는 밧줄이다. 자일은 다음 소개할 카러비너 와같이 독일어인데 우리나라에 근대 등반이 일본을 통해 들어왔 고, 일본은 독일 대륙파의 영향을 받아 등반장비이름을 독일어로 쓴 것에서 유래된 단어이다. 통상 길이는 60m를 기준으로 쓰지만 인수봉에서 서면쪽 하강길이가 40m라서 한번에 하강하기 위해 80m(회수를 위해 하강길이의 두배길이가 필요)를 쓰는 경우가 더러 있다. 두 께는 11mm짜리를 썼지만 최근에는 10.5mm나 심지어 9mm까 지 가늘게 쓰는 경우도 있다. 유럽 돌로미테지역처럼 바위결이 거친 경우는 9mm 자일을 두 가락으로 운용하며 한 줄이 끊겨도 다른 한 줄이 잡아줄 수 있는 더블로프테크닉을 쓰고 있다. 화강암이 많은 밋밋한 바위에서는 미국에서 비롯하여 우리나라도 10.5mm 한 줄을 표준처럼 사용했으나 경제력이 좋아지고 취향이 달라져서 지금은 ‘꼭 이것이다’라는 개념은 사라졌다. 소재는 과거 마닐라 삼을 꼬아서 만든, 말 그대로 밧줄을 썼지만(필자가 처음 암벽등반을 배울 때 실물을 직접보기도 했음) 지금은 나일론과 다른 두 가지 재질을 꼬 아서 외피를 씌우는 방식으로 제작한다. 자일은 선등자가 추락하여 큰 충격을 받았을 경우 아낌없이 잘라서 버려야하고 3년~5년 이상 사용하면 이 역시 페기해야 한다.
3) 카라비너 : 우리말로는 등반용 고리하고 하며 미국에서는 링크라 고 부른다. 이 장비는 개폐가 가능한 기능이 고도의 등반을 안전하 게 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등반에서 혁명이라고 부를 만큼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 처음에는 강철이 소재여서 ‘떡쇠비너’라고 불 렀으며 무겁고 녹이쓰는 등 여러 단점이 있었다. 그래서 소재를 비행기 제작에 쓰이는 두랄루민을 바꾸어 가볍고 튼튼한 장비로 거듭났다.
이 세 가지 장비면 암벽등반을 하는 최소한의 것이다. 암벽화나 재밍기구 등 다른 부수적인 장비들이 있지만 모두 소개하기에는 한이 없으니 장비는 여기까지 다루겠다.
4.클라이밍 방법
클라이밍은 일단 올라가는 행위와 오르는 도중에 안전을 도모하 는 행위, 그리고 안전하게 내려오는 3단계를 거치게 된다. 경우에 따라 오르고 나서 끝나든가, 프리 솔로 등반의 경우처럼 안전을 도모하는 어떤 행위도 하지 않는 등 어느 한 두 단계가 빠질 수는 있지만 클라이밍을 하기 위해선 앞서 3가지 경우를 반드시 알아야 한다. 일단 클라이밍은 다음과 같은 시스템을 이해해야 한다.
-클라이밍 시스템 : 클라이밍의 진행 방식은 전형적인 클로즈 시스템 (close system)으로 실행되는 대상이 동일한 질서에 의해 순서적인 반복을 하는 체계로 하게 된다. 만약 확보가 없는 프리솔로등반처럼 연속적으로 뻗어나가는 경우를 반대 개념인 오픈 시스템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여럿이 안전을 전제로 과학적인 등반을 한다고 가정할 때(혼자하는 솔로 등반도 확보를 병행하면 같은 개념이 된다), 첫 사람이 자일의 유효거리만큼 올라 일단 정지한다.
나머지 사람이 순서에 따라 한 사람씩 그 지점까지 올라간다.(이 때 동시에 오르지 못하는 것은 확보하기를 참 조) 다시 첫 사람이 그 지점에서 다음 지점까지 올라간다. 나머지 사람들이 순서에 따라 그 지점까지 올라간다. 암벽의 길이가 길 경우 이러한 행위를 반복하여 마치 자벌레처럼 자일이 펼쳐졌다가 오므라 들었다를 반복하며 긴 암벽을 오르게 되므로 아무리 긴 암벽도 한 동의 자일(최근 자일 한 동의 길이는 60미터)로 여럿이 오를 수 있다. 대표적인 암장의 길이를 놓고 보면 인수봉의 경우 동남벽이 수직 거리로 250미터정도 되니까 60미터로 나누면 최소 4번(중간에 도보가 능구역이 있음) 또는 5번 정도를 앞서 말한 것처럼 반복하며 등반하게 되는 것이다.
코스에 따라 편차가 있겠으나 참고로 2인 1조의 경 우 2시간 30분, 3~4인 1조의 경우 4시간의 등반시간이 소요된다 고 보면 큰 무리가 없다. 인수봉보다 높은 미국의 엘캐피탄은 암벽의 수직거리가 900미터 이며, 유럽의 아이거 북벽은 수직거리 1,800미터. 그리고 세계 3대 남벽으로 꼽히는 히말라야 로체 남벽은 3,600미터에 이른다. 얼핏 하루 이상의 등반시간이 소요되는 경우에는 어떨까? 말할 나위없이 암벽에서 매달려 자고, 먹고, 생리해결(?)까지 해야 한다. 이러한 행위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클라이밍 시스템이다.
①- 오르기 : 여기서는 순수한 자유등반을 전제로 설명할까 한다. 일단 오르는 것은 사람의 손과 발 등 신체를 활용하여 오르는 것 만을 허용한다. 더 나아가 진정한 암벽등반이라면 바위가 아닌 것을 이용하지 않고 오직 바위만을 잡거나 밟고 오르는 것을 전제로 한다. 앞서 말했듯이 인간의 신체는 오르는 행위에 더 유리하게 설계된 생명체이다. 그러한 것이 가능한 것은 3지점등반 원리를 통해 실증된다.
-등반의 원리(3지점 등반)
인간은 두 개의 손과 두 개의 발을 가지고 있고 이를 통틀어 4지점 이라 부른다. 평지에서라면 두 개의 발로 서있거나 걷게 되는데 그 런 경우 2지점만 쓴다고 생각하면 된다. 슬랩 이상의 암벽에서는 서서 걸을 수 없기 때문에 기어가게 되므로 두 손과 두 발을 다 사용해야 한다. 이 경우 몸이 떨어지지 않게 안정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3지점을 써야 한다.
(두 발과 한 손, 또는 두 손과 한 발) 그렇게 하면 1지점을 남길 수 있으며 이 남는 1지점 을 이동할 때 쓰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암벽에서 이동하면서 오르는 것을 3지점 등반이라고 한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2지점, 또는 1지점만 쓸수밖에 없는 상황 이 있기도 하다. 암벽의 형태가 이를 허용하지 않는 경우이며 이때 는 2지점이나 1지점만으로도 몸을 암벽에 붙어있게 해야 한다. 당장은 상상이 안 가겠지만 이러한 등반은 고도로 훈련된 경우에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균형(밸런스)
등반이 반드시 체력의 문제가 아닌 요인 중의 하나는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서 체력의 소모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의외로 여성들이 암벽등반에 잘 적응하는 이유 중의 하나도 등반을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벼운 체중을 바탕으로 유연하고 섬세한 밸런스를 구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밸런스는 중력방향을 일차적으로 고려하고 신체구조의 특성을 함께 따져봐야 암벽등반에서 제대로의 잇점을 발휘하게 된다.
이를 테면 벽에 같은쪽의 발과 어깨를 대고 남은 쪽 발을 들수 있는지 시험해 보자. 아마 백이면 백 모두가 그렇게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신체의 무게 중심이 중력방향을 향하고 있기 때문에 나머지 발을 뗄수 없는 것이다. 등반 중 밸런스가 깨진다는 것은 신체의 무게 중심이 추락하는 쪽으로 쏠린다는 것이며 등반모션을 제대로 취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등반시 신체의 무게중심은 골반에 위치한다. 주로 체중을 두발로 많이 감당하기 때문이다. 암벽의 각도가 누워있을 경우 골반은 암 벽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편하고 유리하다.
반면에 암벽의 각도가 서있을 경우 골반은 암벽에 가까이 붙이는 것이 균형을 잡기 유리하다. 발을 엇갈려 디딜 때나 손을 엇갈려 짚을 때 밸런스가 잘 깨질 수 있다. 그립홀드냐 풋시홀드냐 등 암벽을 손으로 잡는 방법을 선택할 때도 신체의 균형, 즉 무게 쏠림이 어느쪽으로 치우치냐에 따라 결정한다. 발로 딛는 토잉이나 인사이드엣징, 아웃사이드엣징의 경우도 균형에 따라 선택을 달리한다. 밸런스의 유지는 등반자가 스스로 자신의 무게중심의 이동을 느끼면서 다음 동작으로 모션을 취할때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힘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무브를 연결할 수있는 가를 좌우한다.
등반자의 무브가 스타카토처럼 탁탁 끊기지 않고 슬로우비디오처럼 물 흐르듯 구사할 수 있는 비결도 밸런스의 제어에 있다. 시선을 너무 높이 볼 때, 팔과 다리가 벌어져 완전히 복부가 암벽에 닿을 정도가 될 때, 무릎을 암벽에 대고 오를 때, 발을 너무 높 이 들어 무릎이 가슴에 닿을 정도가 될 때 밸런스는 깨지고 다음 동작을 할 수 없게 된다. 가급적 하지 말아야 할 자세이다. 두 팔을 벌리고 한 발을 들고 한 발로만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 할 수 있다면 좋은 밸런스 감각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도 좋다.
-체력의 경제적 유지
암벽등반은 암벽의 각도에 따라 순간적으로 소모하는 열량이 엄청 나게 많아지고 근육에 무리가 가게 되는데 자세나 움직임에 따라 체력을 더 경제적(아껴쓰는 것)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게 하체 70%에 하중이 실리고 상체에서는 30%를 버텨야 한다. 그렇지 않고 팔을 많이 쓰면 펌핑(탈진)이 쉽게 와서 곤란하다. 가급적 등반 중간 중간에 관절을 펴서 긴장을 풀고 스링줄을 잡고 버틸 때는 손목에 거는 것이 체력을 최소화하는 동작이 된다.
- 확보(빌레이, 앵커) :
확보는 암벽등반 중에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수단으로 등반자를 암벽 어딘에가 붙여놓는 행위를 말한다. 여기서 ‘붙여놓는다’는 표현은 등반자의 안전벨트에 연결된 보조자일이나 캬라비너를 암벽에 고정된 하켄이나 피톤, 볼트, 암각, 재밍기구 나무 등에 연결하여 등반자로 하여금 여하한 경우에도 추락하 지 않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과학적이며 합리적인 방법이 강구되었기에 거의 모든 경우 등반자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점이 위험천만한 암벽등반을 인간이 향유할 수 있게 하는 바탕이 되며, 뒤집어 말하면 ‘확보’라는 개념이 전제되지 않은등반을 시도하는 것은 안전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다만 자연암에서의 등반은 예기치 않은 돌발 상황이 있을수 있다는 점, (낙뢰나 암벽, 나무 등이 뽑혀나가는 경우 등) 그리고 전위적인 솔로 프리등반(암벽화와 초크통만 차고 하는 등반)을 의도적으로 선택하는 경우 확보가 그 기능을 다할 수 없을 때도 있다. 이러한 예측불가능한 여지가 있기에 알피니즘 사조에 입각하여 자연에서의 등반행위는 100%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고 그러기에 모험의 여지가 남았다고 봐야 한다.
- 확보의 용어
- 확보점 : 암벽등반 시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설치한 고정물(볼트, 피 톤), 임시설치물(하켄, 잼잉기구 등) 특수한 자연물(위로 벌어진 암각, 촉스톤, 나 무 등)들을 모두 아우르는 것이며 이 외에도 경우에 따라 확보점은 등반자가 아이디어를 내서 만들 수 있다. 다만 어느 것이든 영구적 인것은 없다. 가장 안전하다고 평가되는 익스텐션 볼트도 오랜 피로 강도가 겹치거나 순간적인 하중을 받을 때 뽑힐 수 있다. 따라 서 믿을 수 있는 영구불변한 확보점이란 없다. 어떤 확보점이라도 의심해야 하며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확보점이 좋다고 체중을 다 걸고 매달려 있거나 확보점을 밟고 서는 것은 모두 확보점 을 서서히 약하게 만드는 경우라 하겠다. 특히 해빙기의 경우 확보 점에 무리를 주는 것은 자칫 대형사고(여러명이 동시에 확보점에 매달려있다 가 확보점이 뽑히는 경우)를 유발할 수 있다. 어떤 확보점이라도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경우라면 선등자가 점핑셋트(볼트를 박을 수 있는 장비)부터 모든 잼밍기구를 다 가지고 등반하며 직접 설치 해야 한다.(엄밀 한 의미에서 확보점의 설치는 1회용이라고 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며 무지막지한 하중에 견디는 무지막지한 확보점은 없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 확보줄 : 확보줄은 안전벨트와 확보점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안전벨트에 거는 쪽은 거즈힌지매듭으로 여하한 경우에도 풀리지 않도록 직접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며 확보점에 거는 카라비너는 폐쇄형 잠금비너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확보줄은 늘 안전벨트에 묶여있어야 하며 길이를 조정할 수 있도록 프르지크 매듭을 하거나 데이지 체인, 또는 최근 편리성을 도모한 전용 확보줄을 사 용하면 편리하다. 중요한 것은 어떤 경우든지 확보줄의 캬라비너 에 손이 바로 가는 위치에 걸두는 것이며 눈을 감고 한손(왼손이든 Sylvain Mauroux @unsplash 오른손이든)으로 확보점에 카라비너를 걸을수 있는 정도가 되야 한다.(확보점에 도착하고도 확보용 캬라비너가 자신의 어느 쪽 안전벨트에 걸려있는지 몰라 헤매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음^^;;)
- 확보자 : 선등자나 후등자가 등반을 하는 동안 등반용구와 자일을 이용하여 추락의 경우를 대비하는 사람을 말한다. 특히 선등자 가 오를 때 추락이 발생하면 바닥을 치지 않더라도(암벽에서 맨땅으로 떨어지는 것을 말함)부상이나 사망의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선등 자를 확보하는 확보자는 경험이 많은 베테랑이 맡는 것이 상식이 다.(확보자를 믿지 못하면 어려운 바윗길에서 선등자가 위축되는 경우가 생김)
- 확보하기 : 자신이 확보된 상태에서 확보점과 등반용구, 그리고 자일을 이용하여 등반자의 안전을 도모하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 확보에는 다음과 같은 유형이 있다.
-자기확보 : 확보해야 할 위치에서 자신의 안전벨트를 확보점에 연결하는 행위를 말한다. 가장 기본적인 행위이며 반드시 해야하는 기본 수칙이다. 암벽에서 서있기 편한 테라스같은 지형에서도 사소한 실수가 있을 수 있으므로 주의를 놓쳐서는 안된다. 특히 선등자가 첫 피치로 출발할 때 확보자가 빈몸으로 확보를 보는 경우에 도 자기 확보는 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선등자 추락시 자일에 연결된 확보자가 암벽에 충돌하는 충격을 받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 내려가기(하강) : 정상, 혹은 목표한 지점까지 등반을 완료하면 그 다음은 다시 내려와야 한다. 조금은 맥빠지는 노릇이지만 긴장 이 풀리거나, 체력이 저하된 상태에서의 내려가기는 가장 위험한 경우가 된다. 물론 암벽등반을 마친 지점이 벼랑의 끝이기에 뒤에 붙은 완사면으로 그냥 걸어 내려오는 경우도 많다.(아이거 북벽의 경우) 하지만 대게는 직벽으로의 내려가기, 즉 하강을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하강은 요즘 같으면 워낙 좋은 하강기가 많아 몇 번의 연습 을 거치고 고도감만 극복하면 별 어려움이 없지만 하강기에만 의존하는 하강은 다소 부족한 그 무엇(?)이 있다. 이를테면 하강기의 망실, 또는 자일의 망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강은 다음과 같은 방법들이 있다.
- 클라이밍 다운 : 자일없이 올라온 방법을 그대로 써서 손과 발을 이용하여 암벽을 타고 내려오는 방법을 말한다. 얼핏 들으면 그럴 듯하지만 실제로 클라이밍 다운을 해보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위에서 언급한 인간의 인체기관이 위로 향해 있다는것 때문이다. 일단 밑으로 시야가 트이지 않아 어디를 디뎌야 할지,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를 가늠할 수 없다. 따라서 페이스 이상의 각도에서 확보없이 클라이밍 다운을 시도하는 것은 자살행위와 버금되는 짓이다. 최악의 경우가 아니라면 혼자 시도하지 말아야 하 며 여럿이더라도 확보를 받아가며 해야 할 행동이다.(프리 솔로를 하는것이 낫지 솔로로 클라이밍 다운을 하는 것은 절대 권하고 싶지 않음)
- 안자일렌 : 확보점에 자일을 걸어 그 자일을 이용하여 하강하는 기술을 말한다.
듈퍼식하강(S자 하강, 현수 하강) : 아무리 좋은 장비도 떨어뜨리거나 망가지면 아무 소용이 없게 된다.(특히 요즘 인수봉에서는 주말에 한번쯤은 하강기를 떨어뜨리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이럴 때를 대비하여 하강기없이 자일을 몸에 감아 마찰로 속도를 조절하는 현수하강을 익혀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강은 경우에 따라 극단적 상황을 만날 수있는데 등반시간이 길 어져 해가 지는 경우(야간)나, 한 손을 다쳐서 한 손 밖에 쓸 수 없는 경우, 비가 오는 경우나 동료의 부상 등 어떤 상황이어도 내려올 수 있어야 하므로 많은 연습과 경험이 필요하다.
5. 등반의 방식
1) 자유등반(free climbing)
순수한 자연의 바위상태를 이용하여 인간의 두 손과 두 발로만 오 르는 방식을 말한다. 대게의 사람들은 암벽등반에 다양한 장비가 사용되므로 그 장비들을 이용하여 오르는 줄 안다. 심지어는 자일로 동그란 올가미를 만들어 미국의 카우보이들처럼 빙빙 돌려 나 뭇가지나 돌에 던져서 걸고, 그것을 잡고 오르는 줄 아는 사람이 태반이다. 이는 암벽등반에 대한 엄청난 오해이다.
자유등반은 다음과 같은 원칙을 전제한다.
첫째, 사용하는 모든 장비는 안전을 도모하는 것에만 사용된다. 안전벨트나 캬라비너는 물론 자일조차도 추락을 대비한 안전장구 일 뿐이다. 자유등반에서 개발된 모든 장비는 오르는 용도로 쓰이는 것은 없고(쥬마는 인공등반 장비에 속한다.) 확보를 위해 사용되는 것만 있다. 등반행위 자체가 인간의 신체를 통해 자연에 도전하는 순수 한 행위를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손으로 암벽을 잡거나 발로 밟는 것만이 오름짓으로 인정되는 것이다.
둘째, 암벽만 이용하여 올라야 한다. 암벽지대 중간에 있는 나무가 있다고 이를 잡는 것도 반칙으로 여긴다.(나무를 잡는 것은 경우에 따라 뿌리채 뽑히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므로 안전상 권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설치한 확보물(볼트나 하켄)을 이용하거나 고정으로 설치된 자일을 잡는 것도 용인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확보물 에 확보줄을 걸어 매달려 쉬는 것도 반칙이 된다.(등반 중 쉴 때는 철저히 손으로 잡은 상태에서 쉬는 것이 정석이다. 다만 확보점에서 의지하는 것은 가능하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암장인 인수봉이나 선인봉은 이미 겔런데화 된 암벽코스로 인공등반적 요소가 이미 깔려 있다. 다시말해 암벽에 길이 나 있어 누구든 그 길을 따라가면서 요령을 익히고 기존에 설치된 확보물을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진정한 암벽등 반은 처음 가보는 암벽을 자신이 오를 루트를 가늠하고 스스로 확보물을 설치하며 오르는 행위를 말한다. 여기에는 미지의 자연에 대한 도전이라는 알피니즘이 전제되는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처럼 암벽등반하기 좋은 장소가 많지 않은 경우는 어쩔 수 없이 앞서말한 기존의 루트를 오르는 것에 만족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우리가 바로 알아야 할 것은 알고 행동하자는 말이다.
셋째, 자유등반은 오직 자기만의 등반을 추구하는 것이다. 여러 명이 자일파티를 꾸려 오르든, 오르는 순서에 따라 역할이 좀 더 다르든, 자유등반은 혼자하는 행위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누가 도와주고 챙겨주는 그런 것이 아니다. 따라서 선등 서는 사람이 따로 있고 나는 영원히 뒤따라 오르기만 한다면(선등자 확보가 없이는 못 올라간다면) 그는 자유등반을 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아주 쉬운 피치라도 선등을 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며, 특히 선등경험이 없는 사람이 어디가서 암벽등반했다고 자랑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로 여겨야 한다.
2) 인공등반
인공등반은 오름짓을 하는 수단으로서 인공기물을 설치하여 오르는 행위를 말한다. 다시 말해 등반 중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곳에 휴대한 인공지지물을 때려 박거나 끼워넣어서 그런 확보물에 체중을 의지하거나 매달려서 오르는 행위를 말한다. 유럽 알프스에서 근대 등반이 시작될 당시에는 보다 더 가파른 암벽을 오르기 위한 방편으로 다양한 인공등반이 시도되었고 특히 오버행같이 인간의 힘으로만 매달려 오르기 힘든 루트의 경우 인 공등반은 당연한 방식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등반기술과 장비의 발달은 인공등반사조를 격하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물론이고 환경보호운동이 확산되면서 클린 클라이밍(등반을 끝냈을 때 흔적을 남기지 않겠다는, 자연상태 그대로 인간의 힘으로 만 올라야 한다는 사조)이 강조되기 시작하며 인공등반은 퇴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탐사 및 촬영과 같은 순수등반이 아닌 경우, 그리 고 구조활동을 위한 기술, 극지 등반과 같은 경우에는 불가피하게 시도할 수밖에 없으므로 기본적인 개념과 테크닉은 익혀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