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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연재 ⃒ 등산이야기 4회

장 불재 2024. 8. 28. 15:03

등산에 대하여 알아할 것은

 

 

필자 김경수 편집위원 

경승산악회 창립회원, 대한산악연맹 학술편집위원, 제6회 산악문학상 소설부문 수상, 한국스토리문인협회 소설동인회장, 네팔 메라피크(6,450)등정, 일본 동계북알프스 2회 등반 등 산악활동과 글쓰기를 꾸준히 하고 있다.

배낭은 꾸리기 나름

배낭꾸리기는 같은 여건에서 등산자로 하여금 하중에 대한 체감을 줄이고 피로도를 줄이는 기본적인 테크닉이며 배냥 용량의 효율적 활용, 배낭내부의 물품보호, 이동 시의 균형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 에 신경 써야할 부분이다.

 

어떤 사람은 어차피 메야할 무게는 변하지 않는데 배낭을 어떻게 꾸리든 무슨 상관이 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것은 단순한 물 리적 해석일 뿐이다.

 

사람을 업을 때 정신을 잃은 사람을 업는 것과 깨어 있는 사람을 없는 것과의 차이를 생각하면 이해가 더 쉽다. 물론 배낭이 알아서 사람을 껴안아 주거나 힘으로 버텨줄 리는 만 무하다.

 

하지만 배낭을 어떻게 꾸리느냐에 따라 앞서 말한 효과를 줄 수 있느냐 없느냐는 정도의 차이가 분명히 드러난다. 배낭을 잘 꾸렸을 때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 외관상 예뻐 보인다. (잘 못꾸리면 아마추어 티를 내고 메고 있는 사람이 한심해 보인다.)

- 내용물의 안배를 통해 배낭을 벗을 때 잘못 땅에 떨어질 경우 외부 충격에서 파 손하기 쉬운 물건을 보호해 준다. (침낭이나 의류 등의 완충제가 있음에도 이를 활용하지 않으면 취약한 물건이 손상되기 쉽다. 혹은 반찬통이라도 새는 경우가 생긴다.)

- 무게 중심을 가급적 등의 한 복판에 두어 견착성을 높인다. (배낭이 한 쪽으로 쏠 리면 처음엔 잘 몰라도 긴 산행을 하다보면 반드시 통증을 느끼게 된다.)

- 잘 꾸린 배낭은 생각보다 많은 짐을 넣을 수 있다. (배낭을 대충 꾸리고 들어가지 않는 짐은 그냥 들고 가는 경우가 있는데 아무리 작고 가벼운 물건이라도 배낭에 넣고 가야 한다. 손으로 들었을 때의 체감적인 피로도는 생각보다 크다.)

- 배낭은 멜빵을 잘 조절하여 허리 높이 이상으로 바짝 메는 것이 좋다. (배낭이 쳐 지면 어깨가 아프기도 하지만 피로감을 휠씬 더 느끼게 된다.)

- 배낭의 용량은 체적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만약 30리터용량의 배낭에 물을 가득 채운다면 비중이 1이기 때문에 30킬로그램의 무게가 나간다.

 

물론 대게의 장비는 물보다 가볍다. (금속의 비중이 1을 넘는다고 보면 됨) 따라서 의류나 식량은 넣기 나름이다. 같은 짐을 가지고도 어떤 사람은 배낭에 다 넣지만 경험이 없는 사람은 제대로 꾸리지 못해 다 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처음부터 배낭에 어떤 것을 구겨 넣을지(?) 구상을 하고 각이 나가는 물건이나 누수가 예상되어 세워넣어야 하는 것들을 머릿속으로 배치한 다음, 변형이 가능하면서 압축할 수 있고 완충제가 되 며 모양 잡기 편한 것들을 여백에 채워넣는 식이다.

 

이때에도 암벽등반을 위해 손 가락의 힘을 길러두었다면 깊은 곳으로 옷 등을 찔러넣는 것을 잘할 수 있다.

침낭 도 세로로 넣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조절끈을 조여 세로로 넣고 그 안에서 가로로 돌려 넣으면 1리터의 공간이 생기기도 한다.

 

따라서 배낭용량을 잘 활용하는 것은 부피와 무게의 관계와 물건의 특성을 잘 아는 것이 우선되면 좋다. 결론적으로 보기 좋은 배낭이 메기도 쉽다.

 

배낭을 짐짝처럼 취급 하는 것은 그만큼 자신이 고생한다는 것과 같다. 앞서 말했듯이 배 낭이 신체의 일부이며 산을 다니는 사람의 또 다른 얼굴이라고 생 각해야 한다.

 

(찌그러진 배낭이 앞서 가는 것을 계속보게 하는 것도 일종의 공해를 유발시키는 일임) 과거엔 좀 전통이 있는 산악회다 싶으면 후배들의 잘못 꾸린 배낭 을 통째로 엎어 버리고 다시 꾸리게 하는 일도 많았다.

 

별나다 싶 을지 모르겠지만 배낭꾸리기는 무수한 반복과 경험으로 습득되는 일이다. 산에 갈 때 일회적으로 꾸리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집에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이리저리 꾸렸다 풀었다하는 훈련을 반복하 는 것이 좋다.

 

그리하여 자신이 메는 배낭 안 어디에 뭐가 있는지 머릿속에 늘 그려져 있어야 하고 자신이 편한 자신만의 배낭 꾸리 기가 몸에 배어 있어야 한다.

 

사례 중심으로 보는 배낭의 운용

등산은 중량과의 싸움이기 때문에 배낭에 어떤 짐을 메느냐에 따 라 등산의 성패가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900미터 이상의 벽등반의 경우(시지 어택방식으로 1박이상이 걸리는 등반. 비박이나 야영없 이 단번에 정상을 오르는 것은 러시어텍이라고 함) 20그램을 줄이기 위해 칫솔의 손잡이를 자르는 경우도 있다.

이는 단지 지금 멜 수 있고 못메는 문제 때문이 아니다. 단 20그램 도 가중치가 생겨 체력소모에 미미한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 다.

 

물론 이런 극단적 등반의 경우 살빼기(불필요한 것 모두를 철처하 게 빼버리는 설계개념)는 완벽하게 실행되어야 하지만 일반적 산행의 경우 앞서 예시한 것처럼 극성을 부려 줄이다보면 성능이나 수명 저하, 사용불편이 되기 쉽기 때문에 가급적 원형 그대로 유지, 관 리, 휴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기본적 성능이 검증된 장비를 얼마나 멜 수 있는가에 대한 경험치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나의 경험을 보면 동절기 야영조건에서 3박 4일, 4명 1 조 등반의 경우 (이 정도가 되어야 중량에 대한 고민이 본격적으로 시작됨) 가변적인 하중은 식량과 식수, 연료 등이다.

첫째 식량은 한 끼로 바람직한 중량이 330그램을 초과하면 곤란 하다. 그 이하로 내려가면 어떤 경우든 필수적인 열량을 확보하기 어렵고 그 이상이 되면 중량에 문제가 된다. 왜 330그램이냐는 질 문에는 그냥 하루 식량의 중량을 대략 1킬로그램정도로 생각하면 중량운용에서의 계산이 편하다는 정도로 답하고 싶다.

둘째 식수는 취사용 식수일 경우 야영지에서 해결하기 때문에 운 행 중 마시는 물만 생각해야 한다. 겨울에는 500밀리리터로도 가 능하지만 여름에는 1리터 정도를 휴대해야만 종일 워킹에서 필요 한 수분을 보충할 수 있다. (생리학적으로 인간은 하루 1,5리터의 물을 마 셔야 함)

셋째 연료는 산에 머므르는 날짜에 따라 달라진다.

 

단순한 취사용 연료만 쓴다면 휘발유의 경우 하루 최소 900밀리리터(제조사에 따 라 다르지만 버너연료통의 반, 미국제 콜맨버너의 경우 가득채우고 풀가동할 경우 2시간 사용가능, 버너 두 대 사용시) 이상을 소비하게 되므로 4일 산행이라면 약 3.6리터, 즉 3.6킬로그램의 중량을 메야 한다.

 

단, 겨울에 눈이나 얼음을 녹여 물을 만들어야 할 경우를 감안하면 물 1리터당 약 500밀리리터 정도의 연료를 감안해야하므로 대략 4일 이라면 예비연료를 포함해서 4리터 정도가 필요하다.

 

따라서 총 7.6리터 대략 8킬로그램이니까 1인당 2킬로그램은 메 야한다.

그 다음으로 개인 휴대 장구류와 공동 장구류가 있다. 개인 장구류는 침낭, 다운자켓, 의류, 조명구, 후생용품, 필기구 등 이며 대략 8킬로그램 정도가 나간다.

 

공동 장구류에는 취사구, 막영구, 의료낭, 등화구, 촬영기기 등이 며 이들은 대략 4킬로그램(경험치) 정도가 된다. 이들 장비는 사람 수에 따라 분산되기 때문에 개괄적인 중량을 기준 삼은 것이다.

 

간 단히 수치계산을 해보면 개인 장구류 8+공동장구류 4+식량 4+ 물1+연료 2=19킬로그램이 되므로, 그냥 공통으로 짐을 배분하면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약 20킬로그램의 짐을 메야 한다.

이 정도 일 때 체력조건을 떠나 등산 3년차 정도되면 보통 체력의 남성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무게이다.

 

(물론 코스나 러셀정도, 개인 차에따라 다르겠지만) 하지만 여성의 경우는 아무리 남녀 차별을 없애자고 해 도 현실에서는 유별하기 때문에 대게 16킬로그램 이상 메고 등반 하는 것이 쉽지 않다.

 

결국 4명 1조에서 남녀비율을 1:1로 하고 두 명씩 산에 간다고 설정하면 남자의 경우 24킬로그램이상의 배낭 을 메게 되어 매우 고통스럽거나 거칠게 말하면 ‘퍼지기’쉽다.

 

(대게 군대시절 완전군장으로 30킬로그램을 메고 다닌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은데 95%는 체감에서 오는 중량이지 실제로 재보면 30킬로그램은 커녕 25킬로그 램을 넘는 경우는 별로 없고, 무기와 탄약을 휴대한 보병의 완전군장은 37킬 로그램으로 교범에서 정하고 있음.

 

정말 그 정도라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중 도에서 퍼지는 것이 정상이고 사람에 따라 관절 등 신체에 이상이 올수 있음) 이를 무시하고 같은 중량으로 배분해도 중도에서 여자가 지치면 결구 남자가 메게 되어있으므로 출발 전 총 중량 자체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예시는 가장 기본적인 경우이며 별도로 자일 등 등반장비가 추가되는 상황이 더 많음) 따라서 배낭을 꾸리고 나면 손으로 들어봤을 때 무게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집에서 배낭을 체중계로 자주 재보고 체감적으로 익힐 수밖에 없다. 꾸준히 신경쓰고 훈련 하다 보면(매주 한번씩) 약 3년정도 지나면 ±3~4킬로그램 오차로 무게를 가늠할 수 있다.

 

이는 4명이 산행에 임할 경우 리더가 서로 의 배낭을 들어보고 성별이나 체력의 정도에 따라 조금씩 짐의 양 을 조절해서 분배시키는 것이 전체 산행을 부드럽게 이끌고 갈 수 있는 힘이 된다.

 

결국 자신이 메고 갈 수 있는 중량의 한계를 아는 것이 배낭 운용 의 기본이 된다.

 

쿡킹(cooking) & 캠핑(camping) 

취사 및 막영법 우리나라 등산의 역사에서 가장 슬픈 사실(혹은 행정적 조치)을 하나 꼽으라면 필자는 1991년에 극단적으로 취해진 국립공원내에서의 취사, 야영금지 조치라고 하겠다.

 

다른 표현보다 슬프다고 쓴 것은 사람들에게 산에서 즐길 수 있는 보편적 낭만을 정부가 행정 편의 주의적 발상으로 앗아갔다는 것이고, 한편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 런 조치가 아니면 스스로 자연을 보호하며 즐기는 소양이 없다는 것이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전에도 의식이 있는 사람들은 그런 조치에 관계없이 자신이 가져간 모든 것(쓰레기를 포함)을 가져 오지 두고 오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혹자들이 그런 조치를 잘했다 고 말할 만큼 우리의 환경보존의식은 당시만 해도 없다시피 한 것 을 필자도 힘겹게 인정한다.

 

더욱이 갈수록 건조한 날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부주의한 불씨로 인한 산불의 폐해는 더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필자는 산에서 두 번이나 산불을 껐음) 산에서 밥을 해먹고 음식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고 심지어 세제를 풀어 설거지까지 깨끗이 해가는 것은 정말 몰상식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산에서, 자연에서 즐길 수 있는 기 쁨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구태여 감시 감 독을 하지 않아도 취사행위를 깨끗이 하면 좋으련만 한번 옭죄인 사슬을 더 조이면 조였지 풀리는 법은 없다.

 

따라서 우리가 최근 지속 가능한 개발이나 발전을 말하는 것은 이러한 괴리에서 양자 를 도모하자는 슬기를 발휘하려는 것이다.

 

물론 필자가 이런 말을 하고 새로운 취사문화 캠페인을 벌인다해도 국립공원에서는 다시 그런 행위를 허가하지는 않을 것이기에 슬프다는 표현을 쓰는 것 이다.

 

취사가 안 되니 당연히 야영도 안 되는 것이다. 따라서 외국에서는 기본이 되는 취사, 야영에 대한 테크닉을 익히거나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 턱없이 제한(갈수록 도립공원 등 거의 모든 산으로 확대 적용되고 있음)되어 또한 슬픈 일이 되었다.

 

그러니 산에 가고자 하는 사람들 도 취사, 야영은 도외시되고 일부 산악단체에 의해 허가 되는 소수 의 사람들에게만 돌아가는 혜택아닌 혜택이 되버렸다.

 

그렇다고 이 부분을 빼고 등산을 말할 수 없으니 최대한 간단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삶의 영위에 있어 의식주를 말한다면 여기서는 산에서의 ‘식’과 ‘주’를 언급하고자 한다.


쿡킹(cooking, 食, 취사법)

과거에는 취사법으로 많이 소개되었다. 여기서는 식량의 선택과 조리법, 조리 기구에 대한 설명을 하고자 한다.

1-1. 식량 등산에서 식량의 선택은 등반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사 람이 먹는 것이 제일 중요하니 당연한 것임) 물론 당일 산행의 경우처럼 도시락을 싸고 가서 한 끼 정도 해결할 때는 식량을 준비한다는 표현도 쓰지 않는다.

 

여기서는 더 큰 산, 어려운 산을 전제로 한 오 랜 기간의 등산행위를 전제로 하기에 본격적인 식량이야기를 할까 한다.

사람은 먹지 않으면 힘을 쓰지 못한다. 등산행위는 중력을 거스르 는 무지막지한 행위이다. 그리고 필요한 모든 것을 직접 메고 올라 야 한다.

 

따라서 엄청난 열량을 소비하고 신체가 혹사당하는 것은 물론이다. 결국 잘 먹지 않으면 오를 수 없다. 먹는 것을 떠나 필요 한 열량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며, 먹을 때 목으로 잘 넘어가야 하며, 위나 장에서 흡수가 잘 되어야하며, 마지막으로 배설이 원만 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에 적합한 식품을 챙기는 것이 등산식량을 준비하는 것이다.

입맛!

이런 과정에서도 중요한 것은 교과서가 없다는 것이다. 체질이 저 마다 다르듯 같은 민족, 같은 가족이라도 식성이 같을 수는 없다. 내게 맞는 음식을 찾아 그에 맞는 식단과 식량계획을 짜야 한다.

 

어떤 음식이 산에서 잘 맞을까? 평소의 음식은 조리를 하는 여건 에 따라 제약을 받는다. 특히 물을 얼마나 쓰느냐는 문제는 중량 과 직결되므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결국 주방을 통째로 짊어 지고 산에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따라서 산에서의 음식, 즉 등산식량은 전혀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 야 한다.

 

평소 야외에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잘 구분하여 실제의 필드테스트를 거쳐 장기 산행 시 이를 감안할 수 있는 것이 좋다.

 

대게는 일년 이상 삼년정도 다니면서 음식목록을 만들어야 산에 갈 때 뭘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없어진다. 배낭을 대 신 메어 줄 수는 있어도 음식은 대신 먹고 소화해서 돌려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열량? 중량?

하절기처럼 상온 이상에서 등산활동을 할 때 하루 소모열량은 3,000킬로칼로리이다. 동절기의 경우처럼 영하의 상황에서는 4,500킬로칼로리를 소모하게 된다.

 

결국 그 이상의 열량을 섭취해 야 별 탈없이 제 기량을 발휘하여 안전하고 성공적인 등산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식량을 고려할 때 무시할 수 없는 요소는 중량이다.

 

고단 백, 고열량식품이면서 입맛에 맞는 식량을 고르다보면 중량이라는 벽에 부딪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실 물기가 많은 음식이 당연히 잘 먹히고 잘 넘어간다.

 

하지만 수분은, 즉 물은 비중이 가벼운 물질이 아니다. 철덩어리가 아니라면 같은 부피에서는 물의 무게가 가장 무겁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모든 식량에 수분이 함유된 음식 만 골라간다면 4일이상의 산행에서는 무게에 치어 첫날 지쳐서 뻗 을지 모른다. 일단 몇 가지 식량을 살펴보자.

쌀 : 절대적인 음식이다.

 

초창기 히말라야 원정에서 고기와 햄, 치 즈, 초콜릿 등으로 식단을 짰다가 낭패를 봤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하다. 우

 

리가 10대 산악강국 안에 들어가는 것도 식단을 우리 식으로 바꿨을 때부터 가능했다고 할 정도로 우리는 밥을 먹어야 한다. 문제는 쌀을 씻거나 물을 부어 조리해야 하는 것이다.

씻는 문제는 최근 청결미가 나와 해결되었다 하더라도 물이 필요한 것만은 어 쩔 수 없다. 그리고 조리시간이 길어 연료 소모가 있다는 점, 뜸을 들여 제대로 익혀야 하는 점도 사실 등산식량으로는 부적합하다.

 

이런 문제는 마나슬루를 초등한 일본이 해결했다. 아예 쌀을 익혀 급냉시키면서 수분을 빼버린 알파미를 개발한 것이다. 알파미는 알프스지역에서 유래된 등반사조를 어원으로 하는 알피니스트나 알피니즘 등 접두어와 쌀 미자를 합쳐 만든 합성어이다.

 

(다분히 일 본식 조어임) 적당량의 뜨거운 물을 부으면 10분내에, 찬물을 부어도 30분이면 밥이 되어 먹을 수 있다. 처음엔 군용으로만 취급되던 전투식량용 비빔밥이 일반인에게도 팔리고 있으므로 인터넷으로도 구입할 수 있다.

일단 국내에서는 동절기에 미리 쌀을 씻어 말려서 가져가는 것이 비용적인 면과 편리성에서는 더 바람직하다. 아마도 동결 건조비 빔밥을 준비하는 정도라면 울산암릿지 정도가 아닐까 싶다.

김치 : 쌀과 더불어 우리에게 빠질 수 없는 음식이다. 김치는 물기 가 많아 중량도 많이 나가지만 발효음식이라서 보관이 더 큰문제 가 된다.

 

최근에는 꼬마김치라는 소단위 포장이 된 것도 있지만 이 역시 발효가 되면 봉지가 터질 듯 부풀어진다. (그러다 배낭안에서 터 지거나 새면 여간 낭패가 아니다.)

 

그래도 입맛을 돋우거나 기분전환(어 떤 경우 일종의 안도감을 느끼는 심리효과가 있기도 하다)에 우리에게는 필수적이다.

일단 김치를 꼭 가져가고 싶다면(우리에겐 가급적 가져가는 것이 장기산 행에 도움이 된다) 나름대로의 포장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일단 병에담아가는 것은 무게 때문에 권하고 싶지 않다. 또는 이중 밀폐용기 도 쓸만하지만 발효되면 역시 안심할 수 없다. 필자의 경험에는 (내 가 창안한 것은 아니지만) 김치를 손으로 꼭 쥐어 국물을 최대한 짜내 고 미리 씻어서 말려둔 우유팩에 넣고 랩으로 여러 번 감싸는 방법 을 썼다.

 

우유팩 하나가 한 끼라는 식이다. 이 경우 발효로 인한 부 풀림이 생각보다 적고 끼니때마다 먹고 없애는 경우이므로 재포장 할 일이 없기에 편리했다. 일단 김치의 포장은 아직도 연구 중이라 해야 할 것 같고 우리에겐 영원한 숙제가 아닐까 싶다.

밑반찬 : 김치와 마찬가지로 챙겨야할 음식이다. 이 역시 맛있게 먹 는다는 생각보다 입맛을 돋우고 지친 몸에 활기를 주는 차원에서 준비하는 것이 좋다.

 

가급적 전원이 같은 밑반찬으로 식단을 짜서 가는 것보다 자신의 입맛에 맡는 밑반찬을 하나 정도 자신을 위해 챙기는 것이 활력을 찾는데 도움이 된다.

 

(이때도 국물은 빼고 중량을 줄이는 지혜를 반드시 발휘할 것) 필자의 경우 다음과 같은 원칙을 바탕으로 식단을 짰다.

- 아침거리 : 전날 저녁에 남은 밥을 누룽지로 끓여 먹으며 빵을 곁들인다.

- 점심거리 : 행동식(워킹편에서 언급함) 경우에 따라 아침에 김밥을 싸는 경우도 있 음. 겨울엔 떡라면 등으로 끓인 식단이 효과적이다.

- 저녁거리 : 만찬이라고나 할까, 가급적 성대하게(?) 매일 메뉴를 바꿔 찌개를 곁들 인 메뉴로 짠다.

- 과일 통조림 : 무겁긴 하지만 탈진상태에 이를 때 가장 잘 먹히는 것. 팀당 두 개 정도 지니다 가장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먹이면 기운을 빨리 차린다.

- 예비식량 : 등산 기간이나 코스에 따라 다르겠지만 2일 단위로 한 끼 정도를 준비 하는 것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할 수 있다.(특히 동계)

1-2. 조리기구의 경우 (단, 버너는 조리뿐만 아니라 동계에서 난로나 젖 은 옷을 말리는 용도로도 쓴다)

나무때기 : 최악의 경우(조난 당하는 정도)에만 시도를 권고하고 산에 서 아예 하지 않아야 하지만 간단하게 말하자면 도시 출신들의 경 우 나무에 불을 붙이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물론 시골출신이라도 요즘은 나무로 불 때는 사람이 거의 없 을 듯.) 불쏘시개로 쓸 종이나 약간의 연료가 있어야 하며 잔가지 에서 굵은 가지로 불을 키우는 것도 입김을 불거나 부채질을 하며 정성을 들여야 하므로 겨울에는 성공하기가 쉽지않다.

고체연료 : 요즘에는 약한 화력으로 인해 거의 쓰지 않지만 캔형태로 나온 것은 휴대가 편하고 아무 때나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오 토 캠핑에서는 불멍(?)을 때리는 용도로 쓰이기도 한다.

알콜 버너 : 연료비가 싼 것이 말고는 장점이 없다. 화력도 약하고 낮에는 불꽃이 안보이는 문제로 간혹 화상을 입기도 한다.

석유(등유) 버너 : 인화점이 낮아 예열없이 쓸 수 없으므로 알콜과 같 은 예열 연료를 같이 휴대해야 하기 때문에 불편하다. 노즐 막히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화력은 뛰어나다.

가스 버너 : 취급이 간편하고 화력도 나쁘지 않지만 규격화된 가스통 을 아무곳에서 팔지 않는 것이 불편. 특히 동계에는 기화가 잘 안 되서 가스통을 손으로 덮히거나 흔들어 줘야 해서 불편하다.

 

최근 에는 집열판으로 불꽃과 가스통을 연결해서 기화를 돕는 장치도 나와 있으니 참고하고, 다른 단점은 강풍에 약하기 때문에 능선에 서 사용할 경우 성능이 저하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휘발유 버너 : 버너의 값과 연료비가 비싼 것(전용 휘발유를 써야 한다.) 말고는 가장 확실한 취사구라 할 수 있다. 화력도 막강하고 고장 도 적은 편(미국제품 ‘콜맨’의 경우 군대에 공식으로 납품한다.)이다.

 

전용 휘발유를 구하지 못해서(동남아시아 휘발유는 저질이라 순도가 많이 떨 어짐.) 일반 휘발유를 쓸 경우 노즐이 막히므로 수선구를 준비하고 평소 분해, 조립을 하면서 정비해야 한다.

 

생각보다 구조가 간단하 여 기분 분해는 플라이어와 드라이버면가능하다.

1-3. 열외 상식 : 누구나 싫어하는 것- 설거지하는 법 과거에는 겨울에도 얼음깨고 세제를 써서 깨끗이 하는 것이 당연 지사였으나 지금은 언감생심, 꿈도 꿔서는 안 될일이다.

 

따라서 가급적 적당량을 조리하여 잔반없이 다 먹어 치우는 것(?)이 최상 의 경우이며 밥을 끊인 코펠의 경우 숭늉을 끓여 먹고 휴지를 휴 대하여 닦는 방법이 가장 보편적이다.

 

또는 여러 날을 등반하는 경우 먹던 그릇(찌게면 찌개, 밥이면 밥)을 적당히 행구고 계속 조리 하는 것이 편할 수 있다.

 

굳이 깨끗이 씻고 싶지만 휴지가 모자라 면 계곡에서 주변의 고운 흙과 잡초의 잔뿌리로 닦으면 적당히 기 름기를 가시게 할 수 있다. (이때 사용한 흙과 뿌리는 계곡이 아닌 곳에 버려야 한다.)

 

나는 이렇게 먹고 잤다

나눔의 미학, 베풀 때의 행복이 살아있는 공간, 습관이 되어 아름다운 경우

필자는 고교시절 유도부에서 엄청난 운동(매일 스쾃을 200번 하는 정 도)을 했다. 그래서 하체만큼은 다리를 꼬고 앉을 수 없을 정도로 두터웠다.

 

물론 이는 등산에서 큰 위력을 발휘했다. 산에서의 경험 도 중학교 1학년부터 북한산을 수없이 오르내렸으니 다른 사람들에 비해 산에서는 거의 지치지 않았다.

 

(필자가 뻗기 전에 누군가가 주 저 앉으니 자연히 쉬어 갈 수 있으므로.) 그래서 장기산행 시 막영지에 가장 먼저 도착하곤 했는데 그때는 배낭을 벗어두고 다시 돌아가 가장 힘들어하는 대원의 배낭을 메고 올라오곤 했다.

 

힘이 남아 돌 아서가 아니라 그래야만 마음이 편하니까.

중간에 식수원(샘터)에 먼저 도착하면 아무리 목이 말라도 다음 사 람이 올 때까지 갈증을 참고 있다가 따라오는 사람에게 물을 먼저 건네 주고나서 마시곤 하였다. 이 경우는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잠시 인내하는 것을 몸에 익히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막영지에서도 다음 사람이 오면 반드시 배낭을 받아 내려 주곤 하였다. 이런 행위들은 처음엔 의식적으로 지키는 거서을 원칙으로 삼았으 나, 등산 20년 차가 지나면서 몸에 베인 습관이 되어버렸다. (참고 로 필자는 금년이 암벽등반을 시작한지 만 50년이 되는 해이다.)

막영장비가 무거워 웬만하면 텐트를 빼고 비박을 하였으므로 잠 자리는 늘 불편하고 추웠다. 식량도 먹고 싶은 것보다 가볍고 열량 을 우선시 하였기에 허기를 반찬삼아 식사를 했을 정도이다.

 

어떻 게보면 필자에게 등산이란 정상을 오르는 행위보다 자신이 가진 능력이상의 한계를 목표로 하여 그것을 테스트하는 하나의 과정이 었는지 모른다.

 

동계 덕유산에서는 다음 막영지를 못찾아 능선에 서 텐트를 치고 잤는데 얼마나 피곤했는지 팩도 박지 않고 자다가 셋이서 자던 텐트가 계곡쪽으로 거의 굴러가지 직전에 깨서 밖으 로 나왔는데 그때 본 밤하늘의 휘황한 별천지를 지금도 잊지 못하 고 기억한다.

사람마다 등산의 목적은 다르겠지만 각자가 가져가는 ‘행복’과 ‘성 취감’은 하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 홀로 산행을 즐기 는 사람도 있겠지만 산에서는 ‘함께’할 때 느끼는 배려와 애정이 서로에게 더 깊이 다가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