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적금의 배신..돈 맡기고 보관료 내는 날 오나
KB·우리은행 등 0%대 예금 속속 등장
금리 2% 넘는 상품은 전체의 1.4%뿐
2000만원 1년간 맡겨도 이자 15만원
물가상승·세금 떼면 사실상 마이너스
초저금리가 굳어지면서
예적금 상품의 기본금리가 0%대로 떨어지고 있다.
물가상승률과 이자소득의 15.4%를
세금으로 떼어가는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다.
은행에 돈을 맡기고
보관료를 내는 게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닌 것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지난주부터
일부 예금 상품의 금리를 낮췄다.
우리은행은
가입 기간에 따라 0.5~0.9%였던
‘WON 예금’의 금리를 0.5~0.87%로 내렸다.
12개월 만기 기준 기본금리는 연 0.84%다.
위비정기예금의 1년 만기 금리도
연 1.4%에서 연 1.1%로 0.3% 포인트 내렸다.
국민은행도
‘국민수퍼정기예금 단위기간금리연동형’ 상품의
연동단위기간(1~6개월) 금리를
0.7~1.1%에서 0.6~1.0%로 인하했다.
한국은행이
2015년 3월 기준금리를 1.75%로 내리면서
처음으로 기준금리 1%대 시대를 열었고,
이후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도 연 1%대가 됐다.
2014년 평균 연 2.53%였던
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2015년 1.81%로 낮아졌다.
지난해부터는
0%대 예적금 상품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한은의 지난해 12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를 보면,
정기예금(신규취급액 기준) 중 금리가
연 2%를 넘는 경우는 전체의 1.4%에 그쳤다.
반면 금리가
연 1%가 안 되는 경우는 2.5%였다.
실제 신한은행은
지난해 기본금리가 연 0.9%인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을 내놨고
Sh수협은행도 적금상품인 1년 만기
‘스마트one적금’의 기본금리를 연 0.9%로 내렸다.
연 0.9%의 예금 금리라면
1년간 2000만원을 맡겨도
세금(2만 7720원)을 빼고
이자 15만 2280원을 받는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1.0%)를 고려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가 되는 셈이다.
게다가 지난해 10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신예대율 규제와 오픈뱅킹 시행 등으로
예적금 금리를 내리지 않던 시중은행들이
최근 금리를 조정하면서 0%대 금리의
예적금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특히 한은이 이달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른
경기 부진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현재 1.25%에서 1.0%로 내린다면
0%대 금리 상품 출시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연합회 비교공시에 따르면
현재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기본금리는 연 0.84~1.65%다.
자유적립식 12개월 기준의 적금도
기본금리는 연 0.85~2.30% 수준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0%대 예적금 금리 시대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은행에 돈을 맡기고 사실상
보관료를 내야 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신문